하정화, 이재경
비밀 대 비밀

By 2022년 06월 27일작가 인터뷰

『비밀 대 비밀』 하정화, 이재경 작가 인터뷰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이 저마다의 성장에

어쩌면 좋은 상상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비밀 대 비밀』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정화) 기쁘고 설렙니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일 중의 하나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더 열심히 써 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재경)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비밀을 간직하고 공유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런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하정화) 동화에서 ‘성장’은 중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이 저마다의 성장에 어쩌면 좋은 상상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독서 관련 수업을 할 때 뒤늦게 뛰어오는 아이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때 나름 이 책의 줄거리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초기 채색>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하정화) 책을 쓰면서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그곳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뭔가 울림을 얻습니다. 주인공 동민이를 통해서는 유정이의 진심어린 도움과 배려를, 친구 선재를 통해서는 비밀을 지켜 준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 주고 싶었어요.

 ‘비밀 대 비밀’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정화) 제목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비밀’이라는 말에 숨겨져 있는 긍정적인, 순기능적인 것을 담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가진 좋은 비밀 두 가지가 ‘마주 본다’라는 의미를 담아 제목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주변의 인물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이들의 움직임이나 열심히 곳곳에 봉사 활동을 다니시는 분들. 그리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던 분들입니다.

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하정화) 초등 4학년 즈음의 어린이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랑 좋아하는 음식, 관심 있는 것을 무엇일까 등등 동화를 쓰면서 계속 지켜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 주변에는 동민이 같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 친구들이 모두 주인공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을 주었답니다.

 

<초기 채색>

 

아이들이 몸의 성장과 마음의 성장을 오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두 가지의 성장을 모두 담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하정화) 제가 이 동화를 기획하고 쓰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 부분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키가 크는 것과 마음이 크는 것을 동시에 놓았습니다. 신체적인 키는 나이와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요. 하지만 마음의 키가 자라기 위해서는 건강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도 저마다 문제에 대해 생각도 하고, 고민도 하고, 해결력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바라봐 주고, 지켜봐 주면 더 큰 성장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화 형식의 일러스트가 독특하고, 일상 속에 판타지의 요소들을 숨겨 흥미롭습니다.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이재경) 최대한 동민이가 되어 보자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동민이의 속마음과 상상을 함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이재경) 수성 색연필을 주로 사용해서 그림을 좀 더 부드럽게 풀어 봤어요. 물론 유성 색연필도 사용했고요.

 

<초기 채색>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하정화) 동민이가 식탁 위에 있는 반찬들을 보고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 가리는 것 없이 무엇이든 다 잘 먹는 어린이였습니다. 보이는 대로 다 먹어 버릴 정도로 식사량이 많았어요. 아마 그때 키가 많이 컸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에 편식의 경험이 없다 보니 싫어하는 반찬을 먹어야 하는 동민이의 고민에 대해 정말 꼼꼼하게 생각했어요. 글을 쓰면서도 이 장면에서 혼자서 많이 웃었습니다.

(이재경) 첫 장면이요. ‘첫 장면이 잘 풀리면 이 책의 그림을 맡아도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하정화) 마지막 장면입니다. 동민이가 지닌 ‘비밀’을 어떻게 스스로 풀어 갈까, 어떻게 하면 가장 어린이답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이 읽는 이야기에 어른들이 등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오롯이 아이들만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 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끝까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습니다.

(이재경) 다행히도 그때그때 생각이 떠올라 줘서 크게 고민했던 장면은 없었던 것 같아요.

유정이가 남몰래 실천하고 있었던 선행은 현실에서는 따라 하기 힘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으셨나요?

(하정화) 제 주변에는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밥 봉사부터 교육 봉사, 사회 적응 훈련 봉사 등 다양합니다. 혼자 봉사하시다가 주변에 하는 일을 알려지면 또 누군가가 함께 그 일에 참여하곤 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보았습니다. 혼자 할 때는 비밀스런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그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 마음을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비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작가님께 비밀이란 어떤 의미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하정화) 비밀은 절대 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 비밀 일기를 많이 쓰던 어린이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쓴 일기를 다 모아 둔 다락방은 저의 아지트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다락방은 가족들 누구나 마음대로 들어가는 공간이었는데 말입니다. 오래전에 버린 일기장은 다시 볼 수 없지만 가끔 기억으로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그때의 일들이 제가 쓰는 글의 여러 에피소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일기장을 자주 떠올립니다. 비밀스럽게 쓰고, 비밀의 장소에 숨겨 두었던 그 일기장들은 저의 이야기 곳간입니다.

 

‘이름이 들어간 원고지는 글을 많이 쓰라고 선물 받은 것인데, 아직도 다 못 쓰고 있네요. 원고지 아래에 있는 노트는 제 글의 에피소드 모음집입니다.’ – 하정화 작가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하정화) ‘동심’과 ‘성장’이었습니다. 동화를 쓸 때 절대 어린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라면 이때 어떤 생각, 어떤 행동을 했을까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이재경) 현실에서도 유정이와 같은 인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웃을 살피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신감까지 있는 그런 캐릭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작업 내내 들었어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하정화) 동민이가 새 교실에서 키로 짝을 결정하는 장면에서 저의 초등학교 시절 새 학기만 되면 줄을 서서 키를 재고 자릴 잡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키가 좀 큰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큰 키가 부끄럽다고 느꼈습니다. 늘 교실 중간에 앉기 위해 키를 조금 낮추는 노력을 했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야기를 쓰다 보니 어릴 적 일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이재경) 장면을 한 번 그렸다가 내용이나 표현을 바꾸어 새로 그리는 경우, 기존에 그렸던 그림은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어쩌다 예전 그림의 요소들이 필요하거나 되돌리고 싶은 때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경우에 이미 그림을 버렸으니 어쩌겠어요, 다시 그려야죠. 이번에도 한 번 그렸던 그림을 버리는 바람에 다시 그리게 된 컷들이 있었답니다.

 

<초기 채색>

 

“나에게 『비밀 대 비밀』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하정화) ‘용기’입니다. 다음 작품을 또 기획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후속작도 쓰고 싶고, 또 다른 에피소드로 동화를 끊임없이 쓰고 싶게 하는 저의 첫 동화책이기 때문입니다.

(이재경) ‘응원’입니다. 주인공들을 향한 응원이기도 하고 그림책이 아닌 동화책에 그림 작가로 처음 참여한 첫 번째 책을 향한 응원이기도 해요.

독자들이 『비밀 대 비밀』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정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나도 ~~~라고 생각했다.”라든가 “나도 ~~~하게 변했다.”라는 생각을 억지로 요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이 동화를 재미있게 읽었으면 합니다. 만약에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을 지니거나 배려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화는 읽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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