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
아랫집 윗집 사이에

By 2014년 07월 09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아랫집 윗집 사이에> 최명숙 작가 인터뷰

“귀한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판화 작업을 좋아해요.”


▲ 표지 이미지

 

『아랫집 윗집 사이에』를 완성한 기분이요?
최명숙 작가가 얼마 전 첫 번째 그림책 『아랫집 윗집 사이에』를 출간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 교육,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지만 그림책 출간은 처음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그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한겨레 그림책학교 수업 시간에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지 4년, 출판사와 계약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지는 3년 만에 책이 나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준비해 온 책이어서 출간이 된 후 너무 기뻤고, 반면에 처음으로 나를 세상에 선보이는 느낌이라 부끄럽기도 했어요.”


▲ ‘한겨레 그림책학교’ 졸업 작품집에 실린 초기 기획

 

실제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여서인지 책 속 엄마 모습은 최명숙 작가님과 꼭 닮았답니다. 아빠와 아이들도 꼭 닮았는지 궁금해집니다.
실제 경험이 모티프가 되었죠.
“『아랫집 윗집 사이에』는 실제 경험을 모티프로 탄생한 책입니다. 지금은 훌쩍 커 버렸지만,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두 아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죠. 우리가 아파트로 이사를 간 바로 다음날 아침, 아랫집 할아버지가 올라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시며 시끄럽다고 화를 냈습니다. 한바탕 혼이 나고 할아버지가 내려가신 뒤 작은아이가 무서워하며 “엄마 아랫집에 호랑이가 사나 봐.”라고 말하더군요. 아이의 눈에는 호통 치는 할아버지가 무서운 호랑이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에는 글이 없습니다. 오로지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글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림만으로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싶었어요
“층간소음 그 자체가 결국 소리를 표현해야 하므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글 없이 그림만으로 장면을 전개했습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에 집중하여 그 속에서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달리 만들기도 하고, 여러 번 보다 보면 완성된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도 있죠.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고, 혹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책을 보는 이의 상상력이 더해진다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겁니다.”

 


▲ 층간소음 그 자체가 결국 소리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글 없이 장면을 전개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화에서처럼 다양한 프레임을 활용하고 인물의 표정이나 동작을 자세히 묘사하는 등 글 없이 이야기를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한 작가님의 고민을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답니다. 책을 보다 보면 배경이나 소품들도 어느 것 하나 이유 없는 것이 없을 만큼 꼼꼼히 신경쓰셨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 이야기의 흐름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프레임을 활용했다.

 

열 손가락 깨물에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그래도 작가님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랫집 할아버지가 올라와서 화를 내는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요.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현관 밖에서 무섭게 화를 내는 할아버지와 사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무서운 할아버지의 고함소리에 놀란 오빠와 울고 있는 동생. 긴장감과 무서운 소리가 감도는 이 장면은 이 책의 전체 내용을 대변하는 장면이라 끝까지 고민하고 여러 번 수정을 거듭했지요.”

 


▲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완성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다색 석판화로 작업했다는 건데요. 필요한 도구도 많고 작업 과정도 까다로운 석판화로 그림을 그린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귀한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판화 작업을 좋아해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부터 세밀한 느낌, 거친 느낌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석판화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여러 색이 충돌하고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아랫집 윗집 사이에』의 이야기와도 뜻이 닿아 있고요. 무엇보다도 저는 귀한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판화 작업을 좋아합니다. 다색 석판화는 사용하는 색의 수만큼 판을 만들어야 하는 많은 노동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섬세하고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섯 개의 판을 만들어 겹쳐서 찍어내고, 맘에 드는 장면을 찍어내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를 거쳐 완성했습니다.”

 

▲ 석판화 작업 과정

 

“아랫집 윗집 사이가 남이 아닌 이웃이 될 때, 층간소음 갈등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처럼요. 듣기 싫은 소리도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예쁘게 들리게 됩니다. 아랫집․윗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이웃과 정답게 지낸다면 그 소리들이 시끄럽게만 들리지는 않겠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을 때 웃으며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으셨어요. 작가님의 마음이 널리 널리 퍼져 나가 층간소음 갈등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림책 만드는 일은 회화 작업과는 또다른 굉장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따뜻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스마트폰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문득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날 때마다 끄적이고 있습니다.”

최명숙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순간으로 변화시키는 재주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의 다음 번 그림책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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