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감감이』 천송이 만그루 작가 인터뷰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나에게, 서로에게
조금만 더 관대했으면 좋겠어요.
<표지 이미지>
『수다쟁이 감감이』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천송이) 벅차오른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사실 『무무의 선물』을 작업할 당시에는 그림책을 또다시 출간하게 될 거라는 상상을 못 했는데, 이렇게 무무에 이어 감감이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작업하면서 『무무의 선물』 보다 어려움도 있었고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던 만큼 더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만그루) 벌써 두 번째 이야기라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아직 ‘출간’이라는 말과 제가 잘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또 한 번의 완주를 해냈습니다.
저와 천송이 작가님에게 메달을 선물하고 싶어요!
『수다쟁이 감감이』는 전작 『무무의 선물』에 이어 채소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를 담아낸 두 번째 시리즈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을 감감이로 설정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천송이 만그루) 『무무의 선물』을 보시고 두 번째 이야기는 ‘당당이’라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셨을 텐데요, 예상하지 못한 채소 친구가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함께 채소 마을 친구들의 중심 이야기를 잡아 나가면서 감감이의 이야기에서 많은 시간 머물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것 같아요. 텔레파시가 통했답니다. “오! 재미있겠는데?”하고요.
『무무의 선물』 등장인물이면서 저희가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고민하다 감감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스토리 보드>
『수다쟁이 감감이』는 주변의 세상을 서로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개성 강한 채소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관계를 맺어 가는 모습을 그려 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천송이 만그루) 직업적 특성상 많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들로 인해 오해하고 속상해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보곤 해요. 아이들은 이러한 오해와 속상함을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표현하지만 이러한 갈등 속에서 상대방의 실수와 잘못을 관대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요. 저는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 문제인데 서로 하하 호호 웃고 있는 경우도 많죠. 이러한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갈 수 없듯이 갈등을 잘 풀어가는 방법을 느끼고 시행착오 속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천송이 작가님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어떤지 떠올려보니, 서로 생각이 다를 때, 나를 불편하게 할 때, 다툼이 있을 때 즉, 갈등&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상황에 대해서만 감정이 속상한 거지 상황이 해결되면 서로 개의치 않고 함께 놀더라고요.
편견 없는 아이들이 맺어 나가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감감이가 까만 선글라스를 낀 캐릭터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송이 만그루)
감감이 캐릭터를 잡을 때,
- 가족 구성원 : 부모님, 감감이 (부모님 맞벌이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은 편)
- 좋아하는 것 : 친구, 이야기하기, 아침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 싫어하는 것 : 혼자, 외로움, 심심함, 자는 시간, 말 못 하는 순간들
- 특징1: 말이 끝나지 않는 친구 / 생각나는 것 바로 말해야 함(순서 지키기 어려움)
- 특징2: 말하는데 열정을 쏟아 주변을 살피지 못함 : 선글라스+나뭇잎 머리띠
감감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꼭 말해야 하고, 말하는데 열정을 쏟느라 주변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캐릭터라,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주변의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것이 시각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그리게 되었어요. 같은 의미로 감감이 머리 위 나뭇잎 끈 속 ‘숨어있는 귀’도 비슷한 설정입니다. (버버와 나뭇잎 떼기 놀이를
할 때 잘 듣기 위해 나뭇잎 끈 속 귀가 나옴)
<초기 캐릭터 구상_감감이&버버>
주인공 감감이와 무무와 당당이, 버버와 가가 등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지닌 특징이 책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다양한 채소 친구들의 모양새와 성격 등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천송이 만그루) 채소 친구들의 모양은 『무무의 선물』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모양새나 색을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최대한 살려 그리려고 했어요. 캐릭터마다 눈, 코, 입을 다르게 그리고, 특징이 되는 소품들로 성격이 나타나게 표현했어요. (당당이의 안경/감감이의 선글라스, 나뭇잎 끈 등) 성격은 캐릭터가 완성되면 모양새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성격들을 서로 나열하면서 이야기해 봤어요.
채소 친구들은 함께할수록 마주하게 되는 ‘서로 다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가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천송이 만그루)
–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지내다 보면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화가 날 때도 있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다르기에 웃음이 피어나는 순간들도 많죠.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이러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이해한다면 괜찮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요.
–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예일대 정신과 나종호 교수님이 하신 말에 저희 둘 다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제는 우리가 조금은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도 관대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항상 괜찮을 수는 없다.
괜찮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이해해주는 것.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모든 관계가 항상 좋기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나에게, 서로에게 조금만 더 관대했으면 좋겠어요.
<장면 아이디어>
시리즈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나 작업 과정이 있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천송이) 사실 『무무의 선물』에 비해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어요. 욕심이 생겨 감감이 이야기에 이것저것 더 많이 담고 싶어 스토리가 잘 안 풀리기도 했었으니까요. 호기롭게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점점 작아져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죠. 하지만 만그루 작가님과 함께여서 이러한 마음을 잘 극복하고 감감이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만그루) 예전에 지인과 천송이 작가님 집에 놀러 가서 밤새 재미있게 수다를 떤 적이 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제가 지인과 또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던 천송이 작가님이 “언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능력이 있네”라고 하더라고요. 감감이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그때 이야기가 나왔는데 같이 웃음이 터졌어요. 근데 사실 천송이, 만그루 자체가 큰 감감이들 이라서 만날 때마다 감감이의 하루 1,2,3를 실사판으로 찍고 있어요.
작가님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 친구 관계 속에서 겪으셨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천송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 이사를 하면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작은 학교에서 큰 학교로 옮기면서 좀 힘들었어요. 학급 자체에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처음에는 분위기나 친구 관계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이전 학교로 가고 싶다고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친구 관계도 형성이 되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굉장히 잘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만그루) 어린이였던 저에게도 ‘우정’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른인 제가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곁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천송이) 모든 장면에 애착이 가지만, 채소 친구들이 기뻐할 감감이를 생각하며 의논하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친구의 감정을 생각하는 채소 친구들의 마음이 예쁘기도 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잘 이야기하고 상상하며 웃고 있는 아이들이 연상되어서요.
(만그루) 저도 시무룩한 감감이가 걱정되어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내가 받았거나 해 봤을 때 기분이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감감이도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겠지?’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 예뻐요.
<장면 아이디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천송이) 버버가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리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만그루 작가님과 구도도 많이 고민해 보고 배경이나 언어적 표현도 많이 고민했었죠.
(만그루) 버버가 가 버리고 이유를 모르는 감감이와 남은 친구들 장면에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친구는 화가 나서 가 버렸네?
감감이는 그 이유를 모르겠고, 그 상황을 지켜본 남아있는 친구들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알록달록한 채소 마을과 ‘포기하지마’ 유치원 풍경이 책장 가득 펼쳐집니다. 그 안에 작가님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천송이 만그루) 모든 작업 과정은 디지털로 이루어졌고, 통통 튀는 감감이와 밝은 채소 친구들을 독자분들이 느낄 수 있도록 밝은 색상을 사용하려고 했어요.
<초기 스케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뭇잎 떼기 놀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천송이 만그루) 이 아이디어도 서로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감감이가 친구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이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다 ‘나뭇잎 떼기 놀이’가 순간적으로 떠오르게 되었어요. 아마 어렸을 때 ‘나뭇잎 떼기 놀이’를 많이 해 봤기 때문 아닐까요?
이 책의 결말에 담고 싶으셨던 작가님의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감감이를 위해 찾은 깜짝 선물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천송이 만그루) 선물 자체가 기분 좋고 감사하긴 하지만, 상대방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주었을 때 서로 기쁨이 배가 되곤 하잖아요. 감감이를 위해 친구들이 고민한 결과 감감이가 받으면 좋아할 만한 것을 알아차리고 찾아내서 선물하는 과정을 통해 감감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보였다고 생각해요.
<초기 채색>
『무무의 선물』과 『수다쟁이 감감이』의 뒤를 이을 채소 시리즈 3편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작은 힌트를 주신다면요?
(천송이 만그루) 저희 서로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oo이다.’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는데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어요. 아주 작은 힌트라면,
감감이 이야기에 등장한 친구들 중에서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에게 『수다쟁이 감감이』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천송이) 우리의 ‘작업 과정’이다. 물론 만그루 작가님과 갈등은 겪지 않았지만, 감감이 이야기를 작업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때마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에 대해 감감이가 되어 수다를 떨며 그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수정하기도 하며 작업해 왔어요.(지인들에게 이번 이야기의 제목이 수다쟁이 감감이라고 하면, 저와 만그루 작가님의 성격을 담았냐고 묻더라고요.^^) 저희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만그루) ‘이야기’이다. 무무에 이어 감감이까지,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보물이 끝없이 나오는 화수분처럼 천송이 작가님과 함께
보물 같은 이야기를 꺼내고 또 꺼내고 싶어요.
독자들이 『수다쟁이 감감이』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천송이 만그루) 편안한 마음으로 보시다가 등장인물에 생각나는 주변 인물을 대입해서 보셔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저부터 노력해야 하겠지만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괜찮지 않은 순간도 괜찮을 때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