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
모기 잡는 책

By 2019년 09월 18일8월 18th, 2021작가 인터뷰

<모기 잡는 책> 진경 작가 인터뷰

“허무하지만 아무도 진정으로
기분 나쁘지 않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한밤중에 일어난 모기 잡기 대소동!
많은 색을 쓰지 않고도 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모기 잡는 책』
이 책을 쓰고 그린 진경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 초기 표지 시안과, 초기 기획

 

드디어 『모기 잡는 책』이 나왔습니다. 출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너무 신나고 기쁩니다! 사실 『우리, 집』 출간 이후에 육아와 생활에 치여 그림책과 관련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다시 책을 못 만들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책이 완성되어 나오니 정말 감격입니다!


▲ 스토리 보드

 

이 책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HIILS를 다닐 때 미니북 만들기 과제에서 모기가 주인공인 책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작은 화면에 어울리는 대상을 찾다 생각해 낸 것이 모기였어요. 그 후로 모기라는 소재가 마음에 남았고,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사실 처음에는 부모의 사랑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담았어요. 부모가 모기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분노하고 노력하고 결국은 잡아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자식에 대한 들끓는 사랑’, ‘줘도 줘도 모자라고 미안한 마음’ 이런 주제의 책들에 심취해 있던 터라 다른 생각을 잘 못했어요. 그렇게 더미북을 만들었는데 편집부에서 ‘뭔가 아쉽다, 이렇게 끝내기엔 아까운 이야기다.’ 라는 의견을 주셨어요. 제가 봐도 좀 부족함이 보였어요.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하던 중 이 싸움이 엉뚱한 싸움으로 번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런 일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모기는 애기가 스스로 잡는 거죠. 내 일은 내가 처리한다는 식으로. 이상하게 파생된 싸움이 멋쩍은 상황이 되고 이웃들의 관심에서 비롯된 참견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허무하게 끝났지만 아무도 진정으로 기분 나쁘지 않은 한여름밤의 작은 소동이지요.

 

▲ 캐릭터 연구

 

책 속에 개성 넘치고 재미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각각의 캐릭터 설정을 어떻게 연구하고 구성했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주변인들을 많이 활용하게 되었어요. 아기와 아빠는 제 아들과 남편을 모델로 했어요. 엄마는 친한 언니를 모델로 했는데 저와도 닮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표정의 변화가 없고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무서운 한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생각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원래 경비 아저씨로 생각했다가 작은 빌라로 배경이 바뀌면서 아랫집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저희 할머니랑 많이 닮게 그려졌네요. 과학자는 형부를 모델로 했는데 학자 느낌을 가진 주변인을 찾다 보니 떠올랐어요. 관장님 역시 친한 태권도 유단자 친구와 많이 닮은 모습입니다.

▲ 채색 연구

▲ 『우리, 집』과 『모기 잡는 책』의 본문 비교

 

이전 작품 『우리, 집』과 비교해 볼 때 채색 느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두 작품의 재료와 채색 방법 차이에 대해 알려 주세요.
또 각각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그렸는지도 말해 주세요.
『우리, 집』은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이지요. 제가 잘하고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이었어요. 여러 자료들을 참고해서 그렸어요. 먹과 동양화 물감으로 세밀하고 꼼꼼하게 그렸어요. 고되지만 뿌듯함을 준 작업이었습니다.
반면에 『모기 잡는 책』은 캐릭터를 살린 그림인데 이전에 거의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었어요.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냈고 물감은 거의 쓰지 않았어요. 참고 자료도 거의 없었죠. 새로운 길을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설레고 재미있었어요.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4월 초인가? 볼로냐 가기 전에 대표님께 『모기 잡는 책』을 올여름에 내고 싶다고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대표님은 난감해 하시며 “그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왠지 정말 하실 것 같으니 우리도 준비해 보겠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 달 안에 스케치를 완성했고, 또 한 달 동안 채색해서 정말 여름이 가기 전에 책이 나왔네요. 스케줄이 정말 밭아서 편집, 디자인팀에서 애를 많이 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탁! 하고 모기가 잡히는 장면이요. 표지가 잘 나와서 이 장면이 더 살아난 것 같아요.

▲ 장면 연구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모기가 잡히고 난 뒤에 두 페이지요. 황당하고 황망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른들의 장면은 가로로 길게 자르면서 느낌을 살렸는데 마지막 페이지는 계속 안 풀렸어요. 출판사에서 아이디어를 주셔서 마무리가 잘 된것 같아요.
앵, 에앵 날아다니는 모기를 마지막 탁! 하고 잡을 때 상쾌, 통쾌, 경쾌함이 전달돼요.
이렇게 무언가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고 싶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보다는 어른들과 같은 경험이 훨씬 많아요. 뭔가 화나고 싸움도 있고 감정을 크게 쓰고 난 뒤에 ‘처음에 어떻게 시작된 문제더라?’ 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복잡하지 않게 그냥 단순하게 탁!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독자들께 살짝 귀띔해 주세요.
이번엔 다시 언니와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다 똑같은 닭들뿐인 양계장의 진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모기 잡는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미있게,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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