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 · 진주
우리, 집

By 2016년 04월 25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우리, 집> 진경, 진주 작가 인터뷰

“마음을 비우니 독자들이
채워 주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물들이 각자 제 집을 소개합니다. 키다리 식탁에서 맛있게 풀을 뜯는 기린,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뛰는 치타, 폭신한 소파에 편안하게 늘어져 있는 나무늘보…….
이들의 진짜 집은 어디일까요? 의인화된 동물과 과장된 연출로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우리, 집』 의 진주․잔경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먼저 『우리, 집』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 보았어요
진경이 진주 집에서 살게 된 어느 날, 진주의 아들은 슬금슬금 이모의 컴퓨터로 무언가를 보게 되었죠. 그것은 서울대공원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동물원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어요. 진주는 아들을 못된(?) 영상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그 다큐멘터리를 째려보기 시작했는데, 사불상이 아기를 낳고 할아버지 사육사가 사랑의 눈빛으로 호랑이를 바라보시는 모습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초창기 동물원은 동물들을 구경거리로만 생각하고 그들을 가뒀지만 지금은 최대한 야생의 환경과 습성대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생태동물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린은 야생에서 키가 큰 나무의 잎을 먹기 때문에 먹이를 높이 매달아주고 호기심 많은 곰에게는 장난을 칠 수 있는 나무둥치를 우리에 넣어주는 식으로 동물들의 행복을 배려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이런 생태동물원 조성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든든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먹먹했어요. ‘어쨌든 저 곳은 인간이 인간 생각대로 재단된 공간이 아닌가. 동물들에게 가장 좋은 집은 본능대로 살 수 있는 자연 그 자체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동물원이 없다면 멸종위기 동물들의 종 보전이 어렵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이러니 중에 아이러니였죠.
그러던 중 ‘생태동물원으로의 변화는 그들의 서식지를 빼앗은 인간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릅니다.’라는 마지막 내레이션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이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 보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저 곳은 인간이 인간 생각대로 재단된 공간이 아닌가. 동물들에게 가장 좋은 집은 본능대로 살 수 있는 자연 그 자체일 텐데…….

 

『우리, 집』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요?
정말 많이 싸우고 정말 많은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기획 단계에서는 먼저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해 조사하고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골라 각 동물의 특징을 살펴보았어요. 미어캣의 예를 들면, 사막에서 살며 군집 생활을 하고 돌아가면서 경비를 서는 습성이 있대요. 그렇다면 미어캣의 집에는 멋진 경비 초소를 그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으로 각각의 동물들에게 필요한 집을 상상해 보고 도서관에 가서 인테리어 서적들도 많이 찾아봤어요.
이렇게 어느 정도 밑작업을 마무리하고 본작업을 시작하였어요.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인지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동물의 특징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고, 그에 따른 공간 구성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고, 열한 종의 다른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화자를 누구로 해야 할지도 애매했죠. 그러다 무언가를 알려주겠다는 욕심을 버리자는 결론을 얻었죠. 우리가 비우면 독자들이 채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텍스트를 대폭 줄였습니다. 화자도 따로 두지 않고 장면마다 오목눈이새를 등장시켰죠. 그래서 페이지네이션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어요. 한두 문장으로 열한 동물의 특징과 전체 주제를 아우르기 위해 장면 배치가 무척 중요했죠. 그러면서도 이미지끼리 부딪히거나 겹치지 않도록 구도와 색감도 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자매는 정말 많이 싸우고 정말 많은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초기 섬네일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묻고 싶어요
책을 만들 때는 저희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독자에게 알려주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책이 나온 지금은 오히려 독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묻고 싶어요. 동물에게 가장 좋은 집은 자연 그대로인데, 그들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은 파괴되어 가고 사람이 만든 예쁜 동물원은 은신처가 되어 가는 이 상황을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열린 결말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무척 궁금합니다.
일례로 ‘『우리, 집』’이라는 제목을 ‘a cage and a house(동물을 가두는 우리 그리고 집)’과 ‘our home(우리 집)’의 이중적 의미로 의도하고 독자들이 그걸 알아차려 주길 바랐는데, 저희가 만난 한 어린 독자는 ‘a human and an animal, and a house(인간과 동물, 그리고 집)’으로 해석하더라고요. 너무나 신기했어요. 저희가 마음을 비우니 독자들이 채워 주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표지 시안들. 초기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동물원’이었다.

 

대자연 파노라마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요. 가장 고생스러웠고 오랜 걸린 장면이기도 하지만, 저희 자매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시골 동네의 풍경을 모티프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의 추억과 역사가 담겨 있으니까요.

 


▲ 대자연 파노라마 장면. 진주 · 진경 자매의 추억과 역사가 담겨 있는 장면이다.

 

『우리, 집』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자연은 〈터닝메카드〉보다 스펙터클하고, 〈어벤저스〉보다 스릴 넘치고, 〈겨울왕국〉보다 감동적이랍니다. 자연 안에 어느 것 하나 정지되어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하늘을 보고, 풀밭을 보고, 바다를 보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그 시간이 어쩌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드라마에 홍자매가 있다면, 그림책에는 진자매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작품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진주 · 진경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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