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미안
본능을 찾아서

By 2022년 07월 25일작가 인터뷰

『본능을 찾아서』 조은혜, 미안 작가 인터뷰

‘본능’이란 무엇인지,

모두가 ‘본능’이라고 믿는 것들이 정말 ‘본능’이 맞는지

『본능을 찾아서』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조은혜) “다행이다.”
꼬박 2년을 기다렸거든요. 계약서를 쓸 때도, 계약금을 받을 때도,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하루하루 날은 가고, 출간은 요원하고, 초조할 때마다 저를 다독였죠. 책이 나와야 나오는 거다, 네 손을 떠났으니 그만 잊으라고요. 그런데 무사히 책이 나왔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책은 나와야 나오는 건데, 제 책은 나왔습니다.

(미안) 글 작가님의 원고를 바탕으로 하여 글과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내는 일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이 다채롭고 탄탄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한 초기 구상 단계에서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편집자님과 아트디렉터님께서 다시 방향을 잡아 주신 덕분에 조금씩 감을 잡아 가며 작업할 수 있었어요. 아찔했던 시간들이 무사히 지나가고 마침내 출간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 책에서는 ‘본능’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인 두 아이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벽을 깨고 우정을 키워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조은혜) 본능이라는 건, 말 그대로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이잖아요. 전에는 많은 것들이 본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알아서 하고 알아서 하지 않는 것, 그게 모든 사람의 기본값이라고 믿었죠. 그런데 또래에 비해 유독 많은 설명이 필요한 아이를 키우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본능’인지 혼란스러워졌어요.
심지어 위험을 피하는 능력조차도, 끊임없이 반복해서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 아이도 있다는 걸,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상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조은혜) 아이가 1학년 때 학교에서 그려 온 그림 한 점이,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었어요.
“싫은 친구도 나중에 친해질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싫어하지 마.”
줄곧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본능을 찾아서’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은혜) 여러 의미가 있어요. ‘(잃어버린 시우의) 본능을 찾아서’라고 볼 수도 있고요.
‘본능’이란 무엇인지, 모두가 ‘본능’이라고 믿는 것들이 정말 ‘본능’이 맞는지, 본능의 본질에 의문을 품는다는 뜻도 되고요.

 

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조은혜) 저는 시우를 너무 잘 알아요. 시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면, 독자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겠죠. 이야기를 읽는 친구들이 시우에게 호기심을 가졌으면 했어요. 못마땅한 시선으로 시우를 관찰하다가 점점 시며드는(시우에게 스며드는) 지우처럼요. 그래서 지우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죠.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지우’와 ‘시우’, 이 두 사람의 캐릭터를 어떻게 상상하고 구현해 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사람의 차이점 혹은 공통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나요?

(미안) 지우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이고, 생각이 많으며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보였습니다. 반면 시우는 활달하고 자유분방하되 자신만의 원칙은 단호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두 친구의 다른 성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도록 표정과 이목구비, 머리 모양, 옷차림에 차이를 줬습니다. 각자에게 상징색을 부여하는 방식도 활용해 보았는데요, 솔직하고 밝은 시우를 의미하는 노랑과, 상대적으로 내성적이고 차분한 지우를 나타내는 파랑은 보색으로 확실한 대비를 이룹니다. 서로 대각점에 있기에 오히려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는 조합이죠. 지우와 시우가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한 후, 교감하고 우정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는 두 가지의 상징색을 섞은 초록이 서서히 등장합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미안) 처음 단계에서의 스케치만 연필을 사용했어요. 이후 완성까지의 모든 작업은 디지털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태블릿 컴퓨터로 주요 작업을 하고 컴퓨터의 포토샵으로 재배치, 색감 조정 등의 편집을 했습니다.

 

주인공인 지우가, 시우와 우정을 시작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 중에 하나는 바로 ‘알로사우루스’ 공룡인데요, 이 소재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조은혜) 남자아이들의 관심사가 ‘자동차⟶ 공룡⟶ 파충류⟶ 곤충’ 순으로 옮겨 가는 걸 많이 봤어요. 제 아들의 경우, 공룡에서 파충류로 넘어가는 시기가 딱 초등학교 1학년 때였거든요. 웬만한 공룡 이름은 다 아는 공룡 박사 아이들에게, 누구나 다 아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식상하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알로사우루스’를 골랐어요. 이 책을 읽는 친구들에게 ‘아줌마도 공룡 좀 안다’고 뽐내고 싶은 마음도, 아주 조금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조은혜) 마지막에 어른이 된 지우와 시우가 함께하는 장면이요.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한 부분을, 그림 작가님께서 제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따뜻하게 표현해 주셨어요. 너무 좋아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야기를 짓는 내내 그 장면이 보고 싶었나 봐요.

(미안) 마지막 장면입니다. 어른이 된 지우와 시우가 도심의 야경을 벗어나 하루 종일 숨겨 두었던 알로사우루스 꼬리를 편하게 꺼내고 공원의 가로등 길을 함께 걷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와의 만남도 타인의 섣부르고 편협한 인식에 의해 함부로 통제 받는 현실을 이겨 내고 부디 두 주인공이 훗날 함께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조은혜) 역시 마지막 ‘잔반 없는 날’ 에피소드겠죠. 원래의 이야기는 지우와 시우의 자리가 멀어지고,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게 된 두 아이의 모습을 비춰 주며 끝나요. 이런 결말이 너무 갑작스럽고 비관적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고민 끝에 두 아이 사이에 ‘끈’을 만들어 주는 지금의 결말이 완성됐어요. 덕분에 훨씬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미안) 56쪽입니다. ‘엄마는 시우를 모른다. 나는 엄마가 모르는 걸 다 설명할 수 있다.’ 지우 엄마와 지우가, 시우의 정체에 관해 대립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이 두 문장을 한 쪽에 담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어요. 최종적으로는 지우 엄마가 짐작하는 위험한 시우와, 지우가 경험한 실제 시우의 간극을 보여 주고자 상반된 모습을 절반씩 그렸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책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민이나 갈등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이 무척 생생합니다. 이렇게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들이 오롯이 작가님의 상상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실제 경험도 함께 반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조은혜) 저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에는 영 재주가 없어요. 실제 경험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아, 중간중간 상상력을 곁들여 가며 겨우겨우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읽는 재미를 위해 뭐가 실화이고 뭐가 상상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특히 공감하며 상상하고 그린 장면이 있으세요?

(미안) 44~47쪽의 내용입니다.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타인과 우연히 공감대 형성이 되면서 상대를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의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지근거리에 있었던 소중한 분실물을 문득 발견한 심정과 비슷하다 생각해서, 처음으로 강한 감정을 드러내며 경탄하는 지우를 그렸습니다.

 

지우와 시우가 각각 ‘본능’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조은혜)
지우 –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룡에게, 동물에게,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
시우 – 으르렁?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조은혜) 지우도 시우도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아이다운 아이’로 보여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두 아이의 이름을 ‘흔한 남아 이름 베스트 100’ 같은 (다소 공신력 없는) 차트에서 골랐고요, 또 그중에서도 비슷한 이름으로 각각 설정했습니다.

(미안) 지우의 마음이 변화하면서 달라지는 시우와 지우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울러 그림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워져 균형을 깨트리지 않도록 글과 조화를 이루는 표현을 하려 노력했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조은혜) 남편이 독설가예요. 냉혈한 기질도 좀 있고요. 제 글을 잘 읽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다 읽어도 좋은 소리를 안 해요. 그런데 『본능을 찾아서』는 완성된 원고(마지막 에피소드가 쓰여지기 이전의, 사실상 미완성 원고)를 보여 주니 눈가를 꾹꾹 누르며 울음을 참더라고요. 동화에서까지 이렇게 슬픈 결말은 보고 싶지 않다면서요. 왠지 희열을 느꼈어요. “됐다!” 싶었달까요.

(미안) 주인공들이 열정적으로 관심을 쏟는 대상이자 우정의 매개체가 되어 준 공룡에 관해 잘 알지 못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디를 가든지 공룡 캐릭터나 모형, 관련 상품을 가장 먼저 의식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표지 그림에는 어떤 이야기를 넣고 싶으셨나요?

(미안)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의미심장한 매력이 있으니, 그림 또한 주인공의 역할을 암시하면서도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독특한 행동으로 모두의 눈길을 끄는 시우와, 미지의 존재 같은 시우를 관찰하는 지우의 관계를 담았습니다.

 

“나에게 『본능을 찾아서』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조은혜) ‘턱걸이 합격 통보’입니다.
운전면허 딸 때, 도로주행을 한 번 떨어졌어요. 도로주행 재시험 날, 잘 달렸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벌벌 떨면서 어찌어찌 시험을 마쳤는데, 시험관이 한숨을 푹 쉬면서 그러더군요. “일단은 합격 주는데, 당분간 혼자 차 끌고 다닐 생각 하지 마요.” 그때 속으로 그랬어요. ‘아니 그럼 합격을 시켜주지 말든가, 합격이라면서 운전을 하지 말래. 나 참, 고마워서 진짜. 절대 혼자 운전 안 해야지.’ 덕분에 저는 지금도 정말 소심하게 운전하거든요. 어쨌든 운전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허가를 받았으니까, 제가 운전을 하는 게 불법은 아니잖아요.
『본능을 찾아서』로 계약을 하기 전까지는 제가 동화를 쓴다는 게, 작가 소리를 듣는다는 게 가당찮게 느껴졌어요.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너의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의 이야기를 해 나갈 거예요.

(미안) ‘대상의 본질을 찾는 과정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

 

독자들이 『본능을 찾아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은혜) 때로는 지우가 되고 가끔은 시우가 되어, 이따금 준서도 되고 윤호도 되어 가며 신나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모두 다른 사람이지만, 또 같은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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