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

By 2021년 04월 29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 정유진 작가 인터뷰

“플라스틱을 잔뜩 머금은 빗방울로 물들어가는 자연을
알록달록 예쁜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그림책 속 아이와 우리의 모습이 닮아있지는 않은지.”

▲ 표지 이미지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첫 그림책이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아직도 두 볼을 수시로 꼬집어 봅니다^^

 

▲ 아이디어 맵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동네를 산책하다가 ‘쓰레기 처리장 절대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발견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생기면 어쩌나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정보들을 알아보기 시작하다가, 우연히 여러 환경 관련 뉴스와 다큐멘터리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몰랐던 어두운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저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병들어가는 지구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에 등장하는 아이(화자)의 독백은 얼마 전까지의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플라스틱을 잔뜩 머금은 빗방울로 물들어가는 자연을 알록달록 예쁜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그림책 속 아이와 우리의 모습이 닮아있지는 않은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에 나오는 동물들을 고를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되도록 봄을 기다리거나 봄과 관련이 있는 동물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개구리나 곰 다람쥐들은 봄이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노루는 뿔이 다시 자라나며, 산토끼도 털갈이를 하거든요.

​​

세로로 읽는 글과 판형으로 그리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빗방울이 다음에는 꽃잎이, 나무와 동물들 사이로 떨어집니다.
빗방울 속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고 꽃잎은 쓰레기봉투였습니다. 그들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나무의 봉오리부터 동물들 그리고 땅속뿌리까지 천천히 물들이고 병들게 합니다. 그리고 결국 나무는 커다란 쓰레기 기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독자들도 같은 방향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아래로 읽는 글과 판형을 선택하였습니다.

 

​▲ 스케치와 채색 과정

 

작업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사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는 전혀 다른 주제로 구상 중이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환경문제에 관심 가지게 되면서 지금의 그림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주제로 진행했다면 어떤 그림책이 나왔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쓰레기가 쓰레기차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며 기둥을 이루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앞에서 예쁘게 그리려고 노력했던 목련 나무가 쓰레기 기둥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려야 했습니다. 자료가 별로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쓰레기 산이나 기둥 사진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냥 상상의 장면이 아니라 실제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 일부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마지막 장면을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너무 어두운 엔딩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부담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중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어린 시절 연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 체구의 아이는 지금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는지를 정확한 수치와 함께 냉정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무심함과 안일함을 함께 뒤돌아볼 수 있는 작업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작업과 수작업을 병행하였습니다.

 

​▲ 쓰레기 패턴 연구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처음에 무심히 봤을 때는 그냥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는 꽃과 동물들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쓰레기 패턴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알맞은 크기와 모양의 패턴을 만들고 숨기는 과정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이 패턴을 알아보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과 빨리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플라스틱과 조금 더 멀어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작은 것부터 천천히 친환경적인 물건들로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다음 더미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나에게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꽃봉오리’입니다. 꽃봉오리가 한겨울을 나며 예쁜 봄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것처럼,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가 우리들의 다음 봄날을 준비하고 맞이하는데 조금이나마 쓰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이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가 다음 봄을 어떤 색으로 물들이며 준비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자연에 무심하던 때가 있었어?”라고 되물어보며 의아해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