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너도 가끔 그렇지?

By 2020년 06월 04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너도 가끔 그렇지?> 이재경 작가 인터뷰

“재미있어서 자꾸만 펼쳐 보게 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를 가둔 틀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 같은 시간을 선물하는 그림책
『너도 가끔 그렇지?』를 쓰고 그린 이재경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 다양한 표지 시안들

 

2018년 6월에 『헉! 오늘이 그날이래』가 출간되었는데요, 신작이 비슷한 계절에 나와서 신기하기도 해요. 출간 소감은 어떠신가요?
두 번째 책이 나왔네요.
책장을 넘기기 전의 두근거림은 여전하고 책장을 넘기니 내가 아닌 객관적인 나와 만나는 느낌이에요. 뿌듯함과 기대감 그리고 아쉬움도 여전히 섞여 있고.

 

▲ 이 책의 이야기 씨앗이 된 장면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아이디어는 눈으로 덮인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되었어요. 눈을 보면서 하얀 눈과 사람의 피부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너무 달라서,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집안과 밖, 지구와 우주로 자유롭게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작은 해방감, 시원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가요?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요.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저질러 보자! 남들과 다르다고 주저하지 말고, 남들 눈치도 보지 말고! 한 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걸 해도 되잖아?”

 

▲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장면

 

장면마다 주변의 소품이나 배경을 살펴보면 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요?
작가로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과 주제에 대한 전달은 항상 고민거리에요. 너무 많은 소품과 볼거리가 주제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 생각에는 드론을 조종하는 손이 나오는 장면은 볼거리는 많이 없지만 커다란 손과 리모컨만으로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 ▲ 주인공 곁에 있는 애벌레들

 

『헉! 오늘이 그날이래』와 『너도 가끔 그렇지?』에서 작은 애벌레들이 주인공 곁에 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참견하고 걱정하고 위로하고 싶을 때 제 방식대로 주인공에게 툭 말을 건네는 거죠. 애벌레는 저의 분신이라고 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죠. 그런데 하필 왜 애벌레였을까? 어떤 의미를 가지고 그린 건 아니고 주인공에게 말을 건네려고 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가 애벌레였어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애벌레가 떠올랐나 봐요.

 

​▲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 _다양한 시안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매 장면 그릴 때마다 신나고 재미있어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요. 마지막 우주 장면을 그릴 때 최종 장면이 나올 때까지 10장 정도 계속 그렸던 거 같아요. 최상의 한 장면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요? 그 이유도 알고 싶습니다.
역시 우주 장면이죠. 결론 부분이기도 하고 우주 느낌에 중점을 두느냐, 주인공의 심리에 중점을 두느냐 고민했던 장면이에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그림책 작업을 하면서 어떤 교훈이나 주제를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재미있어서 자꾸만 펼쳐 보게 되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설령 무거운 주제라고 해도 최대한 재미있고 가볍게 풀어내고 싶어요.

 

▲ 장난감 기계가 아이를 향해 철컥철컥 다가가는 장면

 

장난감 기계가 아이를 향해 철컥철컥 다가오는 장면을 그려낸 작가님의 상상력이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구성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장면을 보고 스릴러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주인공은 남들이 뭐라고 하던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죠. 엄마 아빠까지 우주로 날려 버리고. 그리고 평화로움을 만끽할 새도 없이 철컥철컥 다가오는 어두운 그림자. 결국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을 인형 뽑기로 표현해 봤어요.

 

이렇게 작가님 작품에는 독자에게 유쾌함을 선사하는 반전의 묘미가 숨어 있는데요, 이러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담으시는 건가요? 아니면 작업하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가요?
유쾌함이든 반전이든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에요. 머릿속에 어떤 장면을 생각하고 그리기 시작하면 저절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를 쫓아가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장면과는 다를 때가 많아요. 즉흥적이라고 할까요?

 

​▲ 음료수 병을 소재로 한 작품

 

다음 활동도 기대됩니다. 계획하고 작품이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세요.
음료수 병을 엄마 아빠로 비유한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가득 찼던 내용물이 비워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 주인공이 팬티를 입고 학교를 간 장면

 

“나에게 『너도 가끔 그렇지?』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너도 가끔 그렇지는 (팬티)다.
주인공이 누가 뭐래도 입고 싶은 걸 입는 것처럼,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으니까.

 

독자들이 『너도 가끔 그렇지?』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림책을 읽을 때 ‘이 장면은 무슨 뜻이지?’, ‘이 그림은 뭘 의미하지?’ 라고 분석하기 보다는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면서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 작업 방식도 그러니까요. 그림책에 빠져 들어서 몇 번이고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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