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 김근아
안녕, 내 사랑!

By 2024년 03월 04일작가 인터뷰

『안녕, 내 사랑!』 윤성은, 김근아 작가 인터뷰

우리 모두 따뜻한 말로 기적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표지 이미지>

 

안녕, 내 사랑!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윤성은) 마냥 기쁘지는 않아요. 첫 책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째 책이 나오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독자분들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도 되네요.

(김근아) 제게는 처음으로 그림만 작업한 첫 동화책인데요, 그만큼 새로운 도전을 잘 끝마쳤다는 뿌듯함이 매우 큽니다. 거의 6~7개월 정도 ‘구름이’와 ‘할미’를 그린 것 같아요. 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터라, 이젠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분께 구름이와 할미의 따스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안녕, 내 사랑!은 학대받고 버려진 앵무새 구름이할미의 사랑으로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통해 과 그 안에 담긴 태도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성은) 외로울 때가 있어요. 우울할 때도 있고요. 혼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사람들과 있을 때 그들의 말과 태도에 상처받고 만들어 낸 감정 같아요. 어찌 보면 앵무새, 구름이가 제 우울한 면의 표상이라 볼 수 있겠네요.

 

 

 

<채색 아이디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윤성은) 사랑이 주는 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생각 없이 던진 말과 행동으로 한 생명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그렇게 상처받은 생명이 사랑의 힘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안녕, 내 사랑!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근아)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때 이런 온기 넘치는 이야기를 첫 동화 작업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글이 아니라 어떤 분위기로 그림을 잡고 그려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답은 글을 계속해서 읽어보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읽고 또 읽으며 정해진 구성에 맞춰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캐릭터를 구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의 방향이 어떤 식으로 잡혀야 할지 조금씩 보이게 됐습니다.

 

<캐릭터 구상>

 

주인공인 앵무새 구름이는 내면의 고통으로 인해 몸의 깃털을 뽑아 없애다 결국 앙상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데요. 구름이의 내면과 외적인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나요?

(김근아) 사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구름이가 앙상한 모습으로 어둠 속에 홀로 있는 장면은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안녕, 내 사랑!』의 글을 처음으로 읽고 가장 좋았던 메시지가 ‘아픔을 가진 외톨이가 진정한 가족을 만나 사랑을 느낀다.’라는 것이었거든요. 그렇기에 상처받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습니다. 아픔이 진실처럼 보여야 독자들에게도 더 닿을 것이라 믿었고 또, 구름이처럼 큰 아픔을 지닌 분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아픔을 숨김없이 드러내되, 이후에 구름이가 할미를 만나 느끼는 행복을 완전히 상반되게 보여주어 사랑이 얼마나 많은 것을 치유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털을 스스로 뽑아 없애는 앵무새를 소재로 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윤성은) 어떤 이야기를 쓸까, 인터넷을 기웃거리는데 자기 깃털을 뽑는 앵무새에게 어떤 사람이 날개 달린 옷을 만들어 입힌 사진을 봤어요.

이 앵무새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앞으로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안녕, 내 사랑!』을 쓰게 되었습니다.

 

<캐릭터 구상>

 

동물병원에서 지내게 된 구름이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고 사랑을 속삭여 주는 할미를 만나 서서히 상처를 회복해 가지요. 이처럼 누군가를 사랑으로 호명하는 일, 사랑으로 호명되는 일이 우리의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는 무엇일까요?

(윤성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을까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할미는 구름이를 사랑으로 호명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고, 반대로 구름이는 사랑으로 호명되며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

 

세상을 이루는 에 담긴 영향력만큼이나 짙은 농도와 선으로 그려진 장면들이 우리의 가슴 속에 묵직한 지문을 남기는 듯합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김근아) 오일 파스텔과 색연필을 거의 6:4 비율로만 사용했습니다. 먼저 오일 파스텔로 전체 색을 칠하고 명암을 잡고 테두리나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색연필로 그립니다. 오일 파스텔로 표현된 부드러운 명암 위에 색연필 선을 빗금 모양으로 긁어 그려서 빛과 어둠 안에도 색이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부드럽지만 뚜렷한 그림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윤성은) 마지막 장면이요. 마음의 상처로 목소리를 잃었던 구름이가 자기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할미에게 돌아가죠. 그리고 할미가 자기에게 해 줬던 말을 똑같이 들려줍니다.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말문이 터지는 이 부분에서 마음속 응어리가 터져 나오는 기분이에요.

(김근아) 두 장면이 바로 생각이 나는데요. 하나는 할미의 사랑으로 복슬복슬한 하얀 털이 다시 자라 밝은 표정의 구름이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들을 떠나 밤거리를 날아서 구름이가 할미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음··· 여러 장면 중에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예쁜 코카투 앵무새의 본모습을 되찾고 밝아진 구름이 장면으로 고르겠습니다.

 

<초기 스케치>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윤성은) 워낙 짧은 이야기라 한 장면만 꼽을 수가 없어요.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자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좋게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책으로 나왔네요.

(김근아) 구름이가 자신의 털을 다 뽑은 채 슬픔 속에 홀로 있는 장면입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고래뱃속 식구분들도 많은 고민이 든 장면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기고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잘 연출되었기에 고민이 많았던 만큼 뿌듯하기도 합니다.

 

책의 제목에도 반영된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라는 말 안에는 이야기의 주제와 메시지가 잘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 특별한 인사말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윤성은) ‘천사’라고 하면 하얗고 커다란 날개가 떠오르잖아요. 구름이는 원래 그런 날개를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사랑을 주지 않자 스스로 자기 깃털을 뽑아 버리죠.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는 할미가 구름이에게 일깨워 주는 말이에요. 너는 사랑받을 존재이고 천사처럼 아름답다는 걸 말이죠.

 

<초기 스케치>

 

책 속에서 할미와 구름이가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과일을 나누어 먹는 등 행복한 일상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한 그림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김근아) 구름이와 할미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서로 많은 것을 나누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여러 순간을 한 장면, 한 장면 짧게 보여주는 연출을 떠올리며 그림을 세 칸으로 나누어서 그렸습니다. 이때 컷 속 장면들이 한날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매일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할미의 옷도 계속 다르게 그렸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말(혹은 사랑이 담긴 말)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윤성은) 사랑이 담긴 말은 살아갈 힘을 주죠. 그런데 말이 참 무서운 게 죽이는 힘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 모두 따뜻한 말로 기적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에게 가장 아름다운 말 혹은 가장 마음에 남은 말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성은) 오래 전 통영에 있는 미래사를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한 스님과 삽살개를 만났는데 스님은 삽살개를 ‘도도야, 도도야.’ 부르셨어요. 이름이 도도인지 묻자 스님이 웃으며 답하셨어요. “부르는 대로 이름이 되지요.” 부르는 대로 이름이 된다는 말은 곧 부르는 대로 이르게 된다는 뜻이겠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도도라고 불린 삽살개 이름은 ‘유비’이고 법명은 ‘해탈’이었어요.

 

타인 혹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았거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윤성은) 힘드시죠? 지금 당장은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지만 기다려 보세요. 언젠가는 구름이와 할미처럼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초기 스케치>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윤성은)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이 구름이 감정에 빠져들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신경 썼어요. 그래야 마지막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김근아) ‘구름이’ 캐릭터가 인상적인 부분은 앵무새이지만 상대와 대화로 소통을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말을 했다가 크게 미움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선지 상대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합니다. 그래서 구름이가 듣는 학대의 말과 사랑의 말에 따라 구름이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반대되는 색과 분위기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구름이가 상대의 말에 상처를 받았을 땐 보라색과 파란색, 붉은색이 섞이고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노란색, 분홍색, 연두색이 몽글몽글하게 섞이는 것처럼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윤성은) 사실 이 글은 동화창작모둠 ‘칠성리’ 과제였어요. 원고를 제출할 때 자신 없었는데 합평이 긍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얻어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당선되었죠. 그때 그 합평 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글을 노트북 한구석에 숨겨뒀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칠성리가 이 글의 할미였네요.

(김근아) 세 번째 질문의 답변과 이어지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구름이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지점에 대해 너무 고민이 많아서 많은 주변 분에게 의견을 구하고 고민 상담도 하고 그랬거든요. 가족, 다른 업계에 있는 친구, 관련된 업계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 덕분에 제가 생각하는 책의 의미가 독자에게 닿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스케치>

 

나에게 안녕, 내 사랑!(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윤성은) ‘두 번째 걸음’.

첫 책을 내고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을까 두려웠는데 고래뱃속 덕분에 두 번째 걸음을 떼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김근아) ‘가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년 여름에 첫 그림책을 내고 두 번째는 그림 작가로서 동화책 작업을 해 봤는데요. 그 과정에서 ‘작가’로서 많은 것을 익히고 배워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얻게 되어 ‘가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두 번째 책을 내면서 좀 더 든든한 마음이 되어 『안녕, 내 사랑!』은 작가로서의 저에게 듬직한 가치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로 가득 찬 장면과 밤하늘의 풍경, 강아지 치치와 앵무새 구름이의 모습 등 다양한 대상을 그 안의 정서가 오롯이 느껴지도록 연출해 낸 그림들이 책 곳곳에 가득합니다. 그만큼 작업하시면서 여러 고민을 겪으셨을 것 같아요.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김근아) 지금 스토리보드 작업 중인 그림책이 있는데요, 『안녕, 내 사랑!』의 그림과는 정반대로 좀 더 강렬하고 뭉그러트려진, 흐트러진 그림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그려본 경험이 없어서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작품의 캐릭터는 좀 더 제 성격을 담아서 표현해 보려 하는데요,

‘나라면 이때 어떤 반응을 할까, 어떤 말을 할까’를 생각하며 만들어 보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안녕, 내 사랑!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윤성은) 쓸쓸하고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때 『안녕, 내 사랑!』을 보면 좋겠어요. 할미와 구름이와 함께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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