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어스
보물찾기

By 2024년 02월 29일작가 인터뷰

『보물찾기』 슬로우어스 작가 인터뷰

누군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는 일은 어려워요.
또, 애써 찾은 보물이 내게는 필요 없는 보물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보물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은

본인 하기에 달렸지요!

<표지 이미지>

 

보물찾기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뿌듯해요. 그렇지만 제 안의 수많은 이야기 중 이제 막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거라 다음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더욱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도 생각합니다. 꾸준하게, 그러면서도 조급하지 않게 다음 이야기를 준비해야지요 🙂

 

이 책은 소풍날을 맞아 기대하던 보물찾기 시간을 갖는 아이의 하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생 때 잠시 알고 지낸 오빠가 있었는데, 그분은 시력이 굉장히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지 않고 다녔어요. 그분이 제게 했던 말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자신은 시력이 좋지 않아 앞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대신 남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보인다고요. 그 이야기에서 『보물찾기』의 시작점을 찾았습니다.ㅎㅎ

 

나무 위에도, 풀밭에도, 민들레 속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물을 발견할 수 없어 아이는 속상해합니다. 그때, 아이의 눈앞에 보랏빛 나비가 살랑입니다. 작가님께서 이 나비에 담아내고 싶으셨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넘어지면서 안경이 벗겨져 눈앞이 흐릿한 아이에게, 또 순간 눈앞의 풍경이 낯설었을 아이에게 길을 안내하는 인도자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가 나비를 따라가는 길이 두렵지 않도록요!

 

<초기 섬네일 작업>

 

아이가 나비를 따라가며 다시 보게 된 풍경은 어딘가 사뭇 달라 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늘에서 흘러가는 구름은 마치 유영하는 물고기 같지요. 풀잎과 들꽃이 하나하나 반짝여 보입니다. 이와 같은 연출을 통해 담아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결국 아이는 찾으려 했던 보물은 찾지 못해요. 하지만 아이는 안경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하지요.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요구받아요. 당신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요. 그를 위해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좋은 집에 살며 보여 주기 위한 행복을 좇아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행복이라 믿어요. 하지만 남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보물찾기』에서 아이가 찾은 보물은 어쩌면 제가 찾은 보물일지도 모르겠어요. 독자 여러분들이 찾은 보물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이 책의 보물찾기란 소재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유년 시절의 놀이일 텐데요.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이 세상이 어딘가에 몰래 숨겨 놓은 무언가 멋지고 놀라운 것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작가님께선 그동안 어떤 보물을 발견해 오셨나요? 작가님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보물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삶에서 발견한 보물은 ‘용기’인 것 같아요. 어릴 적엔 인정받고 싶은 욕심에 타인이 바라는 대로 행동했었는데 그 뒤에 돌아오는 건 뿌듯함이 아닌 점점 더 커지는 인정 욕구였어요. 그로 인해 점점 저를 잃어가는 걸 발견했어요. 타인이 바라는 모습이 아닌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선 많은 부분에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거절할 용기, 실망하지 않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 등등… 천천히 용기 내어 원래의 제 모습으로 바꿔 나갔던 것 같아요.

 

<초기 섬네일 작업>

 

독자들이 작가님의 그림책 속에서 찾길 바라는 보물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따라 하는 행복 말고 나 자신을 스스로 충만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해요. ‘행복’이란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이

작은 일에도 꺄르르 웃는 것처럼 기쁨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요 🙂

 

처음엔 그토록 간절했던 보물찾기를 하얗게 잊어버린 채 들판에 누워 있던 주인공에게, 친구가 다가옵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아이가 찾은 또 다른 보물은 흔히 생각하시는 ‘우정’이나 ‘친구’는 아니에요. 이 장면에서 제가 의도했던 보물은 어쩌면 친구가 될지도 모르는…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무엇이든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시작은 아름다우니까요.

 

<채색 작업>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 숨은 보물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누군가 숨겨 놓은 보물을 찾는 일은 어려워요. 또, 애써 찾은 보물이 내게는 필요 없는 보물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보물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은 본인 하기에 달렸지요!

 

책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는 결국 처음에 찾으려던 보물을 찾지는 못해요. 그렇지만 다른 더 좋은 보물을 발견합니다. 새로 발견한 보물이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했어요. 그래서 한 컷 한 컷의 그림들을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채색 작업>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저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면 그 장면에 맞춰서 텍스트를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보물찾기』를 작업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장면은 하늘에서 돌고래 구름이 헤엄치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았고,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기도 합니다 🙂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책의 중반부터 아이가 넘어져 안경이 벗겨지고 시야가 흐려져요. 그때 안경을 썼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재미난 풍경들을 발견하고 아이의 기분이 변해 가는 모습을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몇 장면 구성한 부분이 있어요. 이 장면들에서 아이의 시야가 흐려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도 흐리게 그려야 할지 아니면 흐린 시야에서 보이는 것을 선명하게 그려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주변 분들의 반응도 반반이어서 정말 결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뚜렷하게 보기 위해 썼던 안경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아이가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또렷하게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채색 과정>

 

커다란 나무와 들꽃들, 녹음이 우거진 초원까지. 그림 곳곳마다 생생한 봄의 느낌을 담뿍 머금은 자연 풍경이 가득 펼쳐지는데요.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종이에 간략하게 스케치를 하고 피스 테이프를 붙인 뒤 스케치한 모양대로 커팅을 합니다. 커팅한 피스 테이프를 제거하고 물감을 묻힌 붓을 찍어서 빈 공간을 채우는 방식인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작업했습니다. 단순한 형태와 다채로운 색감으로 귀엽고 밝은 이미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채색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리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입체적인 그림보다는 평면적인 그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평면적인 그림의 단조로움을 보완하기 위해 색 표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색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천차만별이라 그림을 그릴 때 색의 조화로움을 가장 고민하는 편이에요.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책은 저에게 소통 창구 같은 존재입니다. 제 안에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책이라는 세상을 알게 되면서 ‘이거다!’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보물찾기』를 시작으로 제 안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하나씩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른들에게는 위로가 되어주고 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을 오래오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작업 과정>

 

나에게 보물찾기(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저에게 『보물찾기』는 ‘시작’입니다.

 

독자들이 보물찾기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삶은 언제나 봄날 같은 따스함만 있지는 않아요. 그건 어린아이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시절마다 겨울처럼 매서운 추위의 순간들이 존재하니까요. 다가오는 겨울을 피할 수는 없어요.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계절이니까요. 그렇지만 그 시기를 맨몸으로 견딜지, 따스한 핫팩 하나 손에 들고 견딜지는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물찾기』가 독자분들에게 추운 겨울을 이겨낼 힘을 주는 작은 모닥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겨울을 버티고 반드시 찾아올 ‘봄’을 기다릴 힘을 주는 따뜻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