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연
피에로 우첼로

By 2022년 12월 23일2월 8th, 2023작가 인터뷰

『피에로 우첼로』 류지연 작가 인터뷰

결국 나의 어떤 마음도 외면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잘 바라봐주고 안아주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표지 이미지>

 

『피에로 우첼로』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냥 ‘기쁘다’라는 말로는 좀 부족할 것 같아요. 구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저 깊은 마음속에서부터 꽉 찬 고요한 기쁨입니다!

 

전작 『손 없는 색시』에서는 여러 인물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피에로 우첼로』에서는 ‘우첼로’라는 한 인물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요?

‘나는 왜 삶이 힘들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일이 힘들고 인간관계가 힘들고 뭐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 ‘내면 아이’에 대해 공부도 하고 저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나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죠.

우첼로는 제 이야기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평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니까요. 특히 어린이는 부모나 사회의 규정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아 새처럼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새처럼 자유로운 존재란 걸 잊어버리고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게도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들 속에서 ‘우첼로’가 떠올랐어요. 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삶이 힘든 분들과 마음을 나누고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 계속 노력하는 과정 중에 탄생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우첼로 시제작>

 

전작 『손 없는 색시』는 원래 인형극이었던 것을 그림책으로 재탄생시킨 것인데 반해, 『피에로 우첼로』는 애초에 그림책으로 구현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업 과정에서 지난 작품과는 어떤 것들이 달랐을지 궁금합니다.

『손 없는 색시』는 처음 하는 그림책 작업이라, 처음에는 인형을 작게 만든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인형을 크게 만들어서 배경도 같이 커지는 바람에 작업량이 몇 배로 많았어요. 게다가 겨울에 대부분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극단 작업실이 너무 추워서 고생이 많았어요.

그래서 우첼로는 인형을 최대한 작게 만들고 필요에 따라 큰 것도 만들었죠! 그리고 배경이 작아지니 집 안 작은 작업실에서도 작업이 가능해서 따뜻하게 작업했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 본래 새처럼 자유로운 존재였다는 것부터, 불안, 두려움, 수치심 등 그동안 외면하고 자책하며 버려 둔 온갖 마음이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요. 저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결국 나의 어떤 마음도 외면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잘 바라봐주고 안아주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덤으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가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마음도 사랑으로 감쌀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눈알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 눈알은 우첼로를 바라보는 관객들로도 표현되지만 이후 우첼로를 조종하는 거대한 거인이나 우첼로의 꿈속에서 마주하는 거울 속 모습, 새장에 갇힌 아이들의 모습 등으로도 나타납니다. 이 눈알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눈알 사람’은 저만 이해하는 상징이 될까 봐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나 이미지로 표현함에 있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서 계속 가 보기로 했지요.
처음에 나오는 눈알 사람들은 우첼로가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면서, 우첼로가 그렇게 바라보게 만든 부모나 사회의 시선일 수 있어요. 그래서 우첼로가 내면 여행을 하고 돌아온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알 사람들의 얼굴이 바뀌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우첼로의 시선이 좀 달라졌기 때문이죠!

우첼로를 조종하는 ‘눈알 거인’은 우첼로의 내면 아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결국 ‘눈알 아이’는 우첼로가 삶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분노하고 힘들게 만드는 존재인데, 그 시작이 부모나 사회의 영향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같은 눈알을 지닌 형태의 아이로 만들었어요.

 

<초기 스케치>

 

눈알과 더불어 이야기 속에는 모래시계나 깃털, 새장과 꽃 등 다양한 상징적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상징들이 의미하는 바를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네, 우선 우첼로는 깃털이 꽂혀 있는, 글씨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어요!
그림책 안에 살펴보면 오래된 레터링지로 작업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건 우첼로의 생각을 상징해요. 더불어 모래시계 속 레터링지는 부모나 사회가 우첼로에게 쏟아낸 말이면서, 그걸 믿고있는 우첼로의 생각들이기도 하죠.

그리고 깃털은 우첼로가 새였다는 증거예요. 결국 우첼로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내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건 그 깃털 덕분이죠. 깃털은 우첼로의 참 자아를 상징합니다.
쇠사슬로 잠긴 방이나 새장은 우첼로가 자신의 마음을 자책하고 숨겨 둔 모습을 이미지화하기 위해 썼는데, 그중에서도 새장은 새와 잘 어울리는 오브제라 등장시켰어요.
꽃은 사랑, 인정, 해소, 기쁨을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했어요. 그리고 굿에서 소원을 빌 때 쓰는 지화에서 형태를 따고, 색상은 태양빛이 연상되는 색을 썼지요.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서 무대와 인형을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첼로 인형은 스톱 모션 인형처럼 동작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장면의 배경이나 오브제를 만들 때에는 레터링 지와 전통 한지를 썼고, 한지에 색을 입히거나 탈색을 하는 방법도 사용했습니다.

 

<인형과 무대 제작 과정>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맨 마지막에 우첼로랑 눈알 아이가 나뭇잎 위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장면이요! 제 워너비죠. 물리적으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거요!^^
또 그 장면에는 꽃이어야 할 눈알 아이가 작게 있어요. 우리가 보통 사람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을 하잖아요. 한 사람이 태어나 특정한 경험을 하고 생겨난 생각들은, 이후에 비슷한 순간이 찾아오면 또 비슷한 생각들을 하게 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그 마음을 새장에 가두지 말고, ‘눈알 아이’처럼 늘 곁에 두고 바라보고 포용해 준다면, 어느 순간에는 마음에도 고요한 휴식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하나 꼽기 어려워요!^^
『피에로 우첼로』는 우첼로의 마음을 이미지화해야 하는 부분이 그림책 내용의 전부이기 때문에 매 페이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만 이해하는 상징이 될까 봐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첼로가 찾아가는 마음의 공간과, ‘눈알 아이’를 안아주었을 때 마음의 변화를 이미지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특히 배경 부분을 여러 번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기 작업 사진>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첼로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 가운데 왜 ‘피에로’로 설정하셨는지, 그중에서도 ‘줄을 타는 곡예사’로 설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그림책은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는데, 그 소재가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면서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 첫 번째 개인전에서, 새였던 기억을 잃어버린 피에로를 전시한 적이 있었어요. 대부분 인형을 만들 때 인형에 스토리가 있거든요. 그 인형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었어요. 순수하고 자유로운 하얀 새 한 마리가 서커스단에서 사람들을 즐겁게하기 위해 훈련을 받고 묘기를 부리는 피에로가 돼요.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어느새 자신이 새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게 돼요. 저는 이 이야기 속 피에로가 부모나 사회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중에서도 줄을 타는 곡예사로 정한 이유는, 몸의 중심을 잘 잡고 줄을 타는 행위가 사람이 살아갈 때 삶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피에로 우첼로』에는 레터링지가 많이 쓰이는데, 색도 적당히 이쁘게 바래고 내용도 맞는 레터링지를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특히 모래시계 속 글씨는 잘 읽힐 수밖에 없어서 그림책 내용과 맞는 의미 있는 글이 필요했지요. 고민하다가 결국 직접 우첼로 일기를 쓰기로 했는데, 대표님 편집징님도 같이 써 주셨죠. 그리고 디자인 실장님이 오래된 책 색깔로 만들어 인쇄해 주셨는데 어찌나 색을 잘 맞추셨는지 새로 인쇄한 종이가 원래 오래된 종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덕분에 그 장면을 잘 만들었습니다.^^

 

<초기 스케치>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우첼로의 생각이 아니라 마음을 이미지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진심으로 깨닫고 느낀 거여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나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그림책,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요? 앞으로 그림책을 통해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건 아주 오래전부터인데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없이 좋아했어요. 해외 공연을 갈 때마다 늘 그 나라 그림책을 먼저 찾아봤죠. 그림책은 제 마음의 쉼터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우첼로는 지친 제 삶과 마음에 쉼표를 찍어 주었고요. 앞으로도 제가 작업했던 인물의 이야기나 생명과 자연에 연관된 이야기를 하고 싶고, 제 그림책을 보는 독자분들의 마음의 쉼터가 되어드릴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초기 작업 사진>

 

“나에게 『피에로 우첼로』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입니다. 여기서의 ‘나’는 모두의 나라는 의미예요. 많은 분들이 우첼로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독자들이 『피에로 우첼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피에로 우첼로의 내면을 함께 여행하며 자신의 마음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새였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나 자신을, 내 아이를, 내 가족을, 내 이웃을 꼬옥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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