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박광명
찬이와 할머니

By 2024년 06월 19일작가 인터뷰

『찬이와 할머니』 김지원, 박광명 작가 인터뷰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는
따뜻한 마음을 품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표지 이미지>

 

찬이와 할머니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지원) 제 생애 첫 책인 만큼 설레고 부푼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답니다. 서점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을 보며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던 때를 떠올리면 너무나 감사하고 기쁠 따름이에요.

(박광명) 싱그러운 초여름 시기에 여름의 이야기를 담은 『찬이와 할머니』를 출간하게 되어 기쁩니다. 어떤 그림 방향이 맞을지 오래 고민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느낌이 담뿍 느껴지는 글과 어울리는 그림으로 읽히면 좋겠습니다.

 

찬이와 할머니산골 소년 찬이가 정든 집과 할머니의 품을 떠나 서울에 살게 되면서 마주하는 변화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지원) TV에서 조손 가정의 현실을 보며 가슴 아팠던 적이 많았어요. 한창 부모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나 슬픈 사연들이었기에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김지원) 가정을 이루고 사는 데에 있어 경제적인 문제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건 가족이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이라는 걸 부모님들께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 또한, 아이들 입장에서도 꿋꿋하게 견뎌 준다면 반드시 좋은 미래가 기다릴 거라는 희망도 심어 주고 싶었답니다.

 

<초기 인트로>

 

찬이와 할머니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광명) 여름의 촉촉하고 맑은 분위기를 닮은 시원한 느낌의 수채화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라나는 깊은 숲속의 풀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인공인 찬이와 할머니 캐릭터, 그리고 산골 마을 풍경의 분위기와 톤을 구상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박광명) 초록이 짙은 아름다운 산골이지만 이면에 깔린 찬이와 할머니의 상실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연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찬이가 자신이 있을 곳을 깨닫고 할머니 품으로 돌아갔을 때는 그림의 톤을 조금 더 따뜻하고 화려하게 표현해 봤어요.

 

찬이와 할머니의 집을 산골 마을, 특별히 더욱 깊고 외진 곳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지원) 어찌 보면 제가 마음 한곳에서 늘 각박한 도심에서 벗어난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골의 분위기를 동경해왔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속의 아이를 그려 내 보고 싶었어요.

 

자연과 어우러진 일상의 정서를 잔잔히 번지는 수묵과도 같이 부드러운 풍경으로 표현하신 점이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박광명) 러프 스케치로만 콘셉트를 잡고 수채화 물감을 붓에 듬뿍 묻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으로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수작업으로 틀을 잡고 마무리는 디지털 작업으로 보완해 가며 작업했습니다.

 

<초기 채색>

 

찬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꽃들과 산 열매들, 새와 곤충들, 자연 식재료가 가득합니다.

다채로운 자연 요소들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지원) 사실 도심에서만 살아오던 터라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을 충족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가 집 근처 공원 산책을 즐기며 야생화나 작은 동물과 새들을 만나 자연의 일부를 경험하면서부터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아지 흰둥이와 암탉의 기 싸움 장면과 개구리와 도롱뇽이 사이좋게 종이배를 타는 장면 등에 담긴 재치와 유머가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묘사와 그림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박광명) 친구가 많지 않은 산골에서는 모든 생명이 찬이의 친구일 것입니다. 찬이가 마음속 상실감을 잊고 동식물의 신비로움과, 인간을 받아 주는 다정함에 위로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더 재밌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자연을 담은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지원) 어릴 적 뜨락 그늘 밑에 수줍게 피어 있던 은방울꽃과 뒷동산 패랭이꽃에 대한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며 꽃을 좋아하면서부터 자연에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또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하게 된 심각한 자연 훼손 현실과 서식지 파괴로 인한 동물들의 사연이 몹시도 안타까웠어요.

 

<초기 채색>

 

산골 생활을 좋아하던 찬이에게 어느 날 서울에 가서 살 기회가 찾아옵니다. 시골살이와 도시 생활 사이에서 방황하며 혼란을 겪는 찬이의 모습을 통해

담아내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김지원) 도심 생활에만 길들여져 학원과 컴퓨터, 게임이 전부인 요즘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편리한 생활을 누리지만, 자연을 가까이하며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놓치고 있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찬이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익숙한 할머니의 품과 시골집을 떠나 서울에 오게 된 찬이가, 도시에서 새롭게 느끼게 되는 낯설고 혼란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에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으셨나요?

(박광명) 저도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데 제가 그림을 그릴 때 특히 미세먼지가 심해서 하늘이 누렇고 뿌옇게 먼지로 가득 차 있었는데요. 그 탁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탁해진 자연과 대비되도록 마트나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들은 원색을 사용해 화려한 느낌을 표현했어요.

 

이야기 속에서 자연과 도시의 두 생활 모습과 풍경들을 오가며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작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박광명) 제가 주로 사용하는 선 느낌이 단순하면서도 모던한 인상이라 찬이와 할머니가 사는 정감 어린 산골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도시의 모습은 직선으로 단조롭게 그려 내고, 산골의 모습은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곡선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초기 스케치>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김지원) 비가 그친 후 찬이가 숲속을 헤집고 다니며 곤충이나 꽃, 열매 같은 소중한 자연의 산물들과 조우하는 모습을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박광명) 새벽의 햇살을 받는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찬이의 뿌리이자 버팀목인 할머니가 생명을 살게 하는 태양처럼 느껴지게 그려 보고 싶었어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김지원) 찬이가 꿋꿋하게 엄마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흰둥이랑 지내는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찬이가 가엾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똑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어 엄마와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 보았어요.

(박광명) 단순하게 그려낸 듯 보이지만 모든 장면이 많은 고민이 담긴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55페이지에서 아파트 유리창 속에 갇힌 찬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가 느끼기에 찬이의 슬픔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조금 어둡게 보일지라도 묵직하게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찬이가 올려다보는 산골의 밤하늘과 서울의 하늘은, 같은 하늘 풍경임에도 다른 감정이 녹아들어 있어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두 장면은 어떤 고민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나요?

(박광명) 산골의 하늘 장면에서 찬이는 서울로 떠나야 한다는 불안함과 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들과 달이 찬이를 위로하듯 보듬어 주는 느낌으로 그려 보려고 했어요. 서울의 하늘은 네모난 건물들로 채워져 무심히 찬이를 바라보는 것 같이 느껴지도록 연출했습니다. 그 안에서 찬이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도록요.

 

<초기 스케치>

 

상상과 다른 서울 생활을 겪으며 제 마음이 그리는 곳을 깨달은 찬이는 책의 마지막에 할머니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결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지원) 자유롭고 평화로운 산골의 삶에 익숙한 찬이에게 도시는 아마도 답답한 새장 같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또 부모님에 이어 할머니까지 그리워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을 거예요. 결국 할머니는 찬이에게 기쁨, 슬픔을 함께 견뎌야 할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가족은 함께일 때 행복한 게 아닐까요?

 

작가님께선 마음속으로 그리는 곳, 돌아가고 싶은 품이 있으신가요?

(김지원) 네. 찬이가 사는 깊은 산골까지는 어렵겠지만 날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회색빛 건물이 아닌 푸르른 하늘과 초록빛 녹음,

새들의 지저귐만이 가득한 고요한 풍경이면 좋겠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김지원) 어린 나이에 제일 먼저 배우는 게 그리움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넉넉하진 않아도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었으면,

또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는 따뜻한 마음을 품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초기 스케치>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김지원) 좋아하는 자연을 담아내는 장면에서는 주저 없이 단숨에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어요.

(박광명) 수작업 한 번, 디지털 작업 한 번 했던 게 생각나네요. 좀 더 애정이 가는 수작업 그림이 최종으로 결정되어 기뻤답니다.

 

이야기가 품은 고유한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데에 작가님만의 방식이나 기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광명) 특별한 건 없지만, 가슴으로 많이 느끼고 감정이 충만한 상태로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그릴 때는 기분도 정말 좋고 속도도 잘 나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박광명) 동물만 등장하는 책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제가 동물을 많이 사랑하는 만큼 동물 캐릭터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초기 채색>

 

살아가면서 서서히 자연과 멀어져 가던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김지원) 삶과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연에 눈을 돌린다면 헛된 욕심이나 미움, 불행마저도 떨쳐낼 힘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진정한 행복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 믿어요.

 

나에게 찬이와 할머니(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지원) 사랑이 아닐까요? 서로를 깊이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 그게 바로 가족이겠죠.

(박광명) 기댈 수 있는 키 큰 나무.

 

독자들이 찬이와 할머니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지원) 가족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의지하고 헤쳐 나가야 진정한 행복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가정 형편을 이유로 부모님이 찬이 곁을 떠나고, 또 찬이도 할머니를 떠났지만, 서로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거예요. 또 찬이가 바라보는 숲속 세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껴 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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