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한 · 경자
모든 것이 다 있다

By 2021년 10월 25일작가 인터뷰

<모든 것이 다 있다> 김전한 · 경자 작가 인터뷰

쓰임새 있는 사물, 쓰임새 있는 사람이기만을
요구하는 이 사회가 조금은 느슨해졌으면 싶었어요.

< 표지 이미지>

 

 

『모든 것이 다 있다』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전한) 무엇보다도 그림 작가님의 자유로운 그림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동화책의 그림들은 글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의 경우엔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그림 작가님의 독창성이 빛나서 기뻤습니다.
(경자) 어떻게 그려야 하나 고민이 컸었기 때문에 끝나고 난 뒤 해방된 기분이 들기도 했고, 동시에 아쉬운 장면들이 출간된 뒤에야 보여서 한 번 더 그려 볼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방귀와 음악 >

 

 

방귀와 음악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전한) 사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쓸모없는 것들이 어디 있겠어요? 뒹구는 돌, 앵앵거리는 모기, 봄날 들판의 분뇨 퇴비 냄새, 하수구로 흘러가는 생활 폐수… 그들도 우리의 일부였으며 우리 일상의 결과물이잖아요. 우리가 기피하는 것들, 쓸모없어 보이는 그 모든 것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 주었으면 싶었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전한) 요즘 세상은 너무나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쓸모없는 것들은 자꾸 뒷자리로 밀려나고 있고요.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세상에 쓸모없는 것들은 없어요. 모든 사물도 그러할진대, 사람이야 더 말해서 뭐 하겠어요.

 

 

방귀가 음악이 되는 이야기가 큰 줄기이지만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가 등장하여 각각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옛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도 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다시 역사 이야기를 읊는 듯하다가 과학적인 논리를 펴기도 합니다.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전한) 저는 오랫동안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 왔어요. 영화 시나리오는 꽉 짜인 구성을 매우 강도 높게 요구해요. 그 꽉 짜인 구성에 피로감이 들었나 봐요. 물 흐르듯 그저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이야기는 없을까? 마치 조선 시대 장터의 이야기꾼 ‘전기수’가 이야기를 들려주듯 그렇게 저의 썰을 풀어 보고 싶었어요. 얼쑤~ 하면서요.

 

 

<캐릭터 연구>

 

 

햇살과 방귀, 음악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경자) ‘햇살’이라는 어감이 빛이 넘실거리는 것 같아서 머리카락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햇살 요정들을 각각 다른 머리카락으로 표현했습니다. 오후 한 시에 얹혀 나타나는 방귀 요정도 폭신폭신한 파마머리처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방귀도 ‘뿡!’, ‘푸드드드’, ‘부웅부웅’, ‘바아앙’ 등 여러 가지 소리를 가졌는데 음악으로 표현하려니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통해 본문에 나와 있는 수자폰, 호른,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오보에, 바순의 소리를 몇 번씩 들으며 최대한 여러 방귀 소리와 매치가 되는 이미지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엉뚱한 박사님은 세상의 어머니들처럼 방귀를 탄생시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방귀를 퍼뜨립니다. 박사님의 희생에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김전한) 쓰임새 있는 사물, 쓰임새 있는 사람이기만을 요구하는 이 사회가 조금은 느슨해졌으면 싶었어요. 이 책은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조금 뒤처진 친구들을 향해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싶어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싶어요. 그 바람이 이 이야기 속의 박사님이 세상에 퍼트리고 싶은 의미라고 생각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김전한) 글 내용보다는 그림 장면에서 저는 빵 터졌는데, 박사님이 방귀를 뀌면서 로켓처럼 날아가는 부분이 가장 웃기고 유쾌했어요.
(경자) 마지막 장면에 무대에서 다 같이 방귀를 뀌려고 서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수자폰을 불고 있는 사람이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 것도 좋고 (물론 바로 앞 장에 수자폰 방귀를 연습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방귀가 터지는 클라이맥스 전에 긴장과 설렘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경자) 머더리 박사 팀 장면과 박사님이 혼자 방귀를 연구하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김전한) ‘모든 것이 다 있다.’ 그런 세상은 없겠죠? 만약 그런 세상에 있다면, 우리는 더 큰 무엇인가를 잃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겪는 결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싶어요. 결핍이 있어야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카툰이나 컷 만화 형식의 내지 그림>

 

 

카툰이나 컷만화 등이 섞인 다양한 그림 형식을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익살스러운 문체로 이야기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처음 원고를 받았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스무 번 정도 원고를 읽고 나서야 스케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철학적인 내용이 있었는데 어떻게 푸는 게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하길 원했고 문체에 맞게 재밌게 표현하고 싶어서 컷만화 형식으로 그렸습니다.

 

 


< 아이디어 스케치와 스토리 보드>

 

 

어떤 재료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경자) 다른 사람의 그림은 어쩜 그렇게 다 예쁘고 멋있는 건지,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따라서 해 보느라고 스케치가 통과가 됐는데도 채색을 계속 바꾸어 시도하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결국에는 수정이 용이한 태블릿으로 그리게 됐는데 태블릿에 드로잉을 하는 것과 종이에 드로잉하는 느낌이 약간 달랐습니다. 색연필과 마카로 종이에 직접 그려도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경자) 잉여입니다. 『모든 것이 다 있다』에서 방귀도 잉여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세상에서 없어진 거니까요. 그렇지만 잉여이던 방귀는 아픈 사람을 낫게 하고 음악이 되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습니다. 서점 구석에 꽂혀 있는 아무도 보지 않는 책, 거의 팔리지 않는 음반, 아주 공들여 디자인했지만 팔리지 않는 옷 등은 잉여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모두에게 가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잉여는 그 가치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일 뿐,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경자) 저도 용건이 있어야만 사람을 만나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것에 에너지를 거의 쏟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정말 쓸모없는 짓을 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아무 버스나 타고 아무 정거장에 내려서 평점을 보지 않고 아무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 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 같으면 이런 잉여로운 짓을 통해 뭔가 나에게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도 역시나 목적이 있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잉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진짜 잉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서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모든 것이 다 있다』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전한)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
(경자) ‘대혼란’입니다. 이 책을 그리는 동안 무척 많은 고민을 했었거든요. 글 작가님이 이 그림을 좋아해 줄까, 나만의 채색 기법은 무엇일까 등의 혼란을 겪었죠. 하지만 동시에 그림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것이 저에게는 너무 값진 경험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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