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율희, 미안
코코코 나라

By 2023년 09월 01일작가 인터뷰

『코코코 나라』 김율희, 미안 작가 인터뷰

진리를 마주하고 새로 태어나는 그 용기를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표지 이미지>

 

 

코코코 나라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율희) 매번 그렇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이지요. 정신적인 자식 또 한 명, 혹은 제 분신을 세상에 선보이는 날이니까요.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지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미안) 시대상을 반영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한 작업이라서, 그림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결국 별 탈 없이 마치게 되어 흐뭇합니다.

 

코코코 나라는 거짓말을 절대가치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거짓말을 멈춰야만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의 혼란과 갈등을 생생히 담은 이야기인데요, 이와 같은 설정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율희) 저는 사회적인 여러 상황들이나 당대의 문제들을 작품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침 코로나로 온 세계인들이 힘들어하던 때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마스크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용품이던 시대에, 만약에 마스크를 못 쓸 상황이 생긴다면 어떤 상황일까 생각해 보았지요. 또 늘 ‘거짓말’에 대해서 쓰고 싶었던 터라 바이러스와 거짓말, 두 상황을 결합해서 『코코코 나라』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율희) 『코코코 나라』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우리 스스로를, 우리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과 진리에 무관심하거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가치들을 왜곡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코코코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의 모습을 마치 거울을 보듯이 정면으로 마주 보고 우리 삶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채색 작업>

 

코코코 나라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안) 읽어 내려가는 내내 설정과 전개가 기발하고 강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부는 충격적이기도 했고요. 원고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원색의 대비와 거침없는 선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작업을 하시는 데 있어 관건 중의 하나는, 가상의 이상하고 기상천외한 코코코 나라와 거짓말을 할수록 코가 길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으로 구현하는 일이었을 것 같아요. 구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나요?

(미안) 우선 독자님들께서 낯선 형태의 긴 코를 마주하실 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시각화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이 많은 만큼 코를 익살스러운 방식으로 활용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코코코 나라의 모든 건축물들은 코의 형상을 본떴고요.

 

<채색 작업>

 

다섯 식구인 주인공 가족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잘 살아가는 코장, 코수, 코나와 거짓말을 잘 구사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코정과 코덜로 나뉩니다. 한 가족임에도 인물들의 성격을 대립하는 두 갈래로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율희) 이 사회는 늘 크건 작건 갈등 구조 속에 놓여 있지요. 『코코코 나라』라는 거대 집단 속에서라면 순응하는 자와 순응하지 못하는 자, 진리를 추구하는 자, 진리를 외면하는 자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가장 작은 집단인 가정에서도 구성원들 간에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다 다릅니다. 생각과 가치관들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갈등을 통해서 이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과 부조리한 측면들을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불과 물처럼 대비되는 선명한 빛의 색감과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미안) 전부 디지털 페인팅입니다. 대신 기본 브러시 몇 가지만을 이용하여, 이어지는 그림들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야기 속 요소 아이디어>

 

코코콕 집게, 이코루스 코링, 코브라 코체인, 코쉼 코침대, 딸기코 코걸이 등 코코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한 요소들을 그림으로 200% 구현해주셨어요. 이런 설정 요소들을 상상하고 구상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에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미안) 우선 스스로의 코가 길다고 가정한 뒤에, 이 긴 코를 돋보이게 하거나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물건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을까를 상상하며 디자인했습니다. 그렇게 그린 물건들에게는 각각의 색, 용도에 맞는 이름을 붙여주었고요.

 

할아버지 코장은 이제 와 거짓말을 멈추고 참말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중대 발표에도 평생을 바친 명예를 버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명예와 생명의 무게를 두고 저울질하는 코코코 나라 국민들의 모습은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주지요. 우리가 저마다 내면에 지닌 믿음의 힘과 의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율희) 이 질문은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요. 개인의 이 ‘믿음’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역사적인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종교 전쟁을 비롯하여 정치적인 문제로 혹은 이념 때문에, 또 가치관의 충돌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한 국가나, 사회나 혹은 개인의 신념 때문에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때로 이 믿음이 객관화되지 않고 지나치게 주관적이거나 집단적으로 맹목화될 때 많은 비극들이 발생하게 되지요. 이를테면 전쟁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특히나 지도자의 잘못되거나 왜곡된 신념은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거나 파국으로 치닫게 합니다. 상식적이고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도덕,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예의, 존중과 배려는 시대를 초월해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질 때 우리 사회는 폭력과 파괴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코코코 나라의 코수와 코나처럼, 작가님도 거짓의 무게에 눌려 마음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짓말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율희) 흠… 태어나서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기분이 좋지 않아도 기분이 좋다고 하고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하거나, 상대방에게 진실을 얘기하기보다는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다거나…ㅎㅎ 매일 거짓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채색 작업>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김율희) 마지막 부분입니다. 마을에 퍼지는 불길 장면은 코코코 나라 사람들의 정화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코수네 가족들이 호수에 빠졌을 때 마침내 코수가 거짓의 큰 바윗덩어리를 호수 속에 내던지고 물 위로 솟구치는 장면은 새로 태어남, 즉 부활을 의미하지요. 우리 삶 속에서 정화와 부활은 늘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안) 52~53쪽: 코덜이 코수와 코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장면입니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보이는 대목이라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김율희) 역시 마지막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비유와 풍자를 그리고 싶었던 터라 마을이 다 불타 버리는 장면에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비극적인 상황을 통해서 인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지요. 하지만 이 코코코 나라가 하나의 판타지 세계라면 너무나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이 현실 세계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비전, 새로 태어남, 부활, 희망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한다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코수네 가족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진리를 마주하고 새로 태어나는 그 용기를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미안) 32~34쪽: 할아버지가 거짓말로 유언을 남기는 장면들입니다. 어르신의 느낌이 나는 손글씨 쓰기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역설적인 내용을 여러 컷 그려내는 과정이라 적합한 표현 방식에 관해 고민했습니다.

 

<손글씨 작업>

 

혹시 가장 공감이나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김율희) 흠… 제가 만든 캐릭터라 다 애정이 갑니다.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코장, 코수와 코나, 코정과 코덜, 이렇게요.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각각의 입장들을 대변하고 있는데요. 이 세 그룹 다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인간 내면에 있는 모습들이라 다 애정이 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안) 공감이라기보다는 제일 안쓰러웠던 캐릭터가 있습니다. 코장 할아버지인데요, 평생 거짓말을 해왔던 습관으로 인해 코를 줄일 시도조차 못 하고 끝까지 거짓말만 하다 세상을 떠나야 했죠. 할머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처량했습니다.

당당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고통스러운 말년을 거쳐 마침내 평온해진 이후까지, 그의 모습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다른 인물보다 코장의 인생을 더 길게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어요.

 

평생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옳다고 믿어 온 가치 이념을 순식간에 바꿔야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가족이 내린 선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김율희) 사실 인간의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지요.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 삶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각각의 가치관에 의해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없이 무거웠던 거짓의 옷을 벗고 진실과 진리를 마주한 코수네 가족이 그 짙은 어둠을 뚫고 빛 위로 나아가는 행동을 통해서 결국은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그 길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둠과 거짓을 극복하고 빛과 진실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우리들의 삶의 길을요.

 

작가님의 마음속에서 가장 또렷이 빛나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요?

(김율희) 돌이켜보면 저는 작가로서나 자연인 김율희로서나 <인간 구원>의 문제에 대해서 평생을 고민해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썼던 많은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각각의 문제들과 고민들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세상에 어떻게 이바지해야 하는지, 이 세상을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원의 문제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인물들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저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글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느끼고 고민하게 되는 지점들이 이전에 하셨던 그림책 작업과는 또 달랐을 거라 예상됩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미안) 창작 그림책 작업 시에는 백지로 시작하여 제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창작이 이뤄진다면, 그림 작업에서는 글 작가님의 원고가 골조와 단서 역할을 하며 제가 상상해 본 적 없던 다른 차원의 세계관과 인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원고가 품은 의도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다음으로는 행간을 그림으로 채워서 이미지가 곁들여졌을 때 글이 주는 재미와는 또 다른 지점에서 흥미를 유발해 보자는 마음이 들더군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김율희)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도 카공족이 되었어요ㅎㅎ 원래 작업할 때 음악을 틀어 놓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카페에 가면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지요. 이상하게도 작업할 때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들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터라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갔는데요.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코코코 나라』를 상상하면서부터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긴 코에 여러 장식품을 거는 장면들은 저의 개인적인 특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액세서리 하는 것을 즐기거든요. 그 습관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긴 코에 여러 장식품들을 다는 것을 상상하니 기괴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미안) 긴 코를 어떻게 표현할지 오랜 시간 고민하다 보니, 한동안 그 형상을 닮은 뱀, 밧줄, 호스, 면발 등을 보면 코가 연상되었습니다. ‘코’하면 평소에 떠올리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기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채색 작업>

 

나에게 코코코 나라(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율희) 첫 번째는, “거울”입니다. 『코코코 나라』는 우리 사회의 실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고래뱃속”입니다. 피노키오의 이야기처럼, 요나의 이야기처럼 안으로부터 새로 태어나야 할 고래뱃속이지요.

(미안) “타오르는 희망”입니다. 파국으로 치달아 불타는 세상의 잔해 속에서도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작은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코코코 나라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율희) 『코코코 나라』는 이제 독자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제가 풀어놓은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깊이 생각하면서 여행하시고 탐험하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코코코 나라를 여러분들의 것으로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의 글

(김율희) 『코코코 나라』에 멋진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림 작가 미안 선생님과 훌륭한 디자인과 편집으로 『코코코 나라』를 빛나게 해 주신 이인영 백지원 백다영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좋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계시는 김구경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귀중한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함께 했음을 알기에 이 책 한 권에 밝은 손길을 보태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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