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선 · 류지연
손 없는 색시

By 2019년 06월 28일8월 30th, 2021작가 인터뷰

<손 없는 색시> 경민선 · 류지연 작가 인터뷰

“붉은점과 손 없는 색시의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에게 내민 살구밭 주인의 메마른 손에서,
할머니의 거칠고 투박한 손에서 따듯함을 느꼈어요.”

새롭게 창작된 『손 없는 색시』 이야기!
은유와 상상이 가득한 인형극을
그림책이라는 무대 위로 옮긴 두 주인공,
경민선 작가와 류지연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 조연산 감독, 경민선 글 작가, 류지연 그림 작가

 

두 작가님께 『손 없는 색시』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경민선)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때, 글 쓰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바라던 때, 가장 처음으로 가졌던 꿈이 그림책 출간이었다는걸… 이번 그림책을 만들면서 갑자기 떠올렸습니다. 오래전에 램프의 요정에게 빌었던 소원이 램프 요정도 사라지고 램프도 몽땅 녹슨 후에야… 이루어진 그런 느낌입니다.
(류지연) 예술무대산의 미술감독으로 오랫동안 인형 작업을 해 오던 제게, 그림책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장면을 구성하고 가편집본으로 만들고, 다시 구성하기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오래 기다린 만큼 그림책을 마주한 순간 무척 기뻤습니다. 그림책이 출판되기까지, 붉은점과 손 없는 색시의 긴 여정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등장인물들

 

두 분은 『손 없는 색시』를 인형극으로,
그림책으로 재탄생시킨 주역들이신데요.
작업을 할 때 무엇이 많이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경민선) 대상 연령이 달랐던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인형극의 내용을 그림책에 맞게 압축해야 했던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형극도 그림책도 장면별로 전개된다는 점이 무척 비슷해서 어렵지 않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류지연) 인형극 공연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공간을 만들고 인형을 연기합니다. 따라서 때로는 무대 세트나 소품, 인형의 신체 일부를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때로는 반대로 강조하기도 합니다. 사실적 표현보다는 배우와 조화되어 움직이는 움직임에 알맞게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림책의 경우는 한 장면에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어떻게 장면을 구성해서 표현해야 할지에 더 많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시공간적 배경이 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의 표현이나, 색시가 만나는 인물의 표현이 공연과는 좀 다르게 표현되었습니다. 공연과 그림책을 둘 다 보신다면 콘텐츠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다른 재미와 차이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님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경민선) 상처와 슬픔의 맛은 언제나 쓰디쓴데… 어떻게 사람들은 그걸 기꺼이 삼키고… 계속 살아가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 인형 제작 과정

▲ 무대 연출 장면

 

장면마다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미술 감독님께서는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서 인형과 무대 배경을 만든 건지
궁금합니다.
(류지연) 손 없는 색시에 쓰인 주 재료는 거즈입니다. 손 염색을 해서 계절의 배경색을 만들기도 하고, 인형의 표면 처리나 머리카락, 의상 등에도 거즈를 변형하여 사용했습니다. 거즈는 실제로 상처 치료에 쓰이는 천이기 때문에 손 없는 색시가 상처를 치유하는 여정을 담은 그림책에 꼭 맞는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경민선) 출판사와의 협업 과정에서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배웠고, 그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류지연) 구성안의 스케치를 실제로 제작하다보면, 실제로 제작한 제작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장면 구성을 바꾸고 다시 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여러 번 그림책의 가편집을 만들어보기 위해서 그때마다 사진촬영을 다시 해야 했습니다. 사진촬영을 할 때마다 매번 하나의 세트에서 배경을 바꾸고 소품과 인형을 세팅하여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인형을 세우고 찍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부분을 바꾸어 다시 찍을 경우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같은 장면을 조금씩 다르게 여러 번 촬영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이 어렵지만 한편 즐겁기도 했습니다. 힘든 만큼 원하는 느낌을 찾았을 때 “아! 이 표정이야!” 하며 얻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찍을 때 자꾸 인형들에게 말을 걸게 된다는 점입니다. 공연과 그림책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공연은 그림책 장면에, 그림책은 공연 장면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기존의 옛이야기와 다르게 색시의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는 것으로 만드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경민선) 길을 걷다가 그런 생각이 났고…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 사람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자아 혹은 다양한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손

 

미술 감독님께서는 색시의 손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류지연) 『손 없는 색시』에는 여러 가지 손이 나옵니다. 살구밭 주인의 거치고 메마른 손, 할머니의 따뜻하고 투박한 손, 색시의 슬프고 어두운 손 등… 각 캐릭터의 성격과 느낌에 맞게 제작하기 위해 각기 다른 느낌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나요?
(경민선) 붉은점이 우물에 빠진 후, 색시의 손이 다시 돌아와서 색시와 손이 다시 붙으려고 하는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냥 제 마음 같아선 색시와 손을 붙여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야기 속의 캐릭터인 색시와 손이 그럴 수 없다고 도리어 저에게 알려준 것 같습니다. 그걸 처음 깨닫고 그 장면을 수정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류지연) 모두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에 모두 애착이 갑니다. ^^ 개인적으로는 땅이 색시와 붉은점의 도움으로 총알을 뱉어내고 난 후 치유된 장면을 좋아하는데, 구성상 책에 실리지는 못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_경미선 작가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_류지연 작가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경민선) 그림책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장면은 첫 장면 첫 페이지입니다. 사랑 고백은 해야 하는데… 사귀자고 할 건데… 청혼을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깜깜했던… 첫 페이지 쓸 때 기분이 딱 그랬습니다.
(류지연) 『손 없는 색시』에는 손이 떠난다던가, 살아있는 땅이나 우물 등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공연에서도 그림책에서도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우물 장면과 손이 돌아오는 장면입니다. 붉은점이 우물에 빠지는 공간적 배경과 위급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어떻게 장면을 구성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스케치대로 만들어보니 위급한 상황과 우물에 빠진 공간적인 느낌이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장면을 구성하고 제작했습니다. 공연에서는 배우와 천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는데 그림책에서는 우물 속 공간을 입체로 만들고 그 안에 카메라를 넣어 촬영하는 것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손이 돌아오는 장면 역시 공연에서는 움직임에 집중하여 상처 입은 손의 이미지를 천으로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색시의 손을 인형 크기보다 크게 제작했습니다. 손이 커졌을 때 비로소 색시와 동등한 느낌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는 과정을 통해 좋은 장면을 찾고 구성하는 일은 힘들지만 흥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 _경미선 작가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_류지연 작가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경민선) 지리산 걷기 여행, 제주도 올레길 걷기 여행, 알프스 둘레길 걷기 등 도보여행에 대한 어린이 책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류지연) 극단에서 미술감독 역할을 계속해나가며 그림책 작가로서의 그림책 작업도 계속 해나가고 싶습니다. 제 개인전 전시 도록 중에 <나비가 아니어도>라는 작품이 있는데, 고래뱃속에서 그림책으로 출판하며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독자들이 『손 없는 색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민선) 처음엔 그림만… 읽으시고, 그 담엔 글도 함께 읽고, 나중엔 아무 데나 펴서 또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류지연)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붉은점과 손 없는 색시의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에게 내민 살구밭 주인의 메마른 손에서, 할머니의 거칠고 투박한 손에서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 삶 속에 나의 손도 그런 따뜻한 손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그 후로도 한동안 독자분들의 마음도 따뜻해지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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