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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만 보여 주기보다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당당해지는 아이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년』 김담이, 김희주 작가 인터뷰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년』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담이) 드디어 책이 나오게 되어 설레고 기쁜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마조마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동화에서 자주 다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SNS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며 “아,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닿았구나.” 하는 마음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김희주) 작년 여름에 마감했던 책이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영감을 준 구체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김담이) 정확한 프로그램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집에서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가족들은 그 모습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때 바로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글을 써 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마 제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었나 봅니다.
‘꽃무늬 원피스’라는 소재는 시각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매우 강렬합니다. 이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담이) 꽃무늬 원피스는 예쁜 옷이잖아요. 예쁘다는 표현이 여성에게는 칭찬처럼 들리지만 남성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아이에게 ‘예쁘다’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 저는 남자도, 남자아이도 ‘예쁘다’는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꽃무늬 원피스는 그런 마음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상징적인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 소년의 캐릭터를 구축할 때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담이) 결국 예준이는 원피스를 입고 당당하게 학교에 가게 됩니다. 그 용기를 내기까지 마음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끝내 자신의 나다움을 지켜 냅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예준이의 마음을 함부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만 보여 주기보다 그 시간을 지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당당해지는 아이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년』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전반적인 방향을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의도한 연출이나 포인트가 있으신가요?
(김희주) 예준이의 쓸쓸한 고립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전반적으로 채도를 낮춰서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느꼈을 마음을 잔잔하고 쓸쓸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원피스를 입은 예준이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 주변 인물이나 배경을 디테일하게 많이 그리지 않았어요.
▲ 초기 스케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꽃무늬 원피스’를 시각화하면서 무늬의 형태나 색상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희주) 보통 장미하면 빨간색을 떠올리기 쉬운데 예준이에게는 좀 더 여린 느낌이 드는 색을 입혀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찍어 낸 듯 일정한 패턴보다는 여러 꽃모양으로 자유로운 느낌을 더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느끼거나 감정을 투영한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김담이) 주변 인물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많이 출발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한 학년 위에 등까지 오는 파마머리를 하고 다니던 남자 선배가 있었는데, 집에서는 치마를 입는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 이야기가 오래 남았고 그런 기억들이 이야기 속 인물을 만드는 데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특히 율이가 서서 소변을 보겠다고 하는 에피소드는 제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장면이에요. 어렸을 때 남자처럼 서서 소변을 보겠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바지를 적신 적이 있었거든요.
작업에 사용한 도구와 그 기법이 무엇이었나요? 이런 도구와 기법이 이야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희주) 전반적으로 수채화로 채색하고 그 위에 색연필로 구체적인 표현을 더했습니다. 수채화의 가볍고 맑은 톤이 예준이의 외로웠을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소년의 심리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김희주) 꽃과 예준이 표정으로 표현했어요. 원피스를 입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예준이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장면에서는 예준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표현했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대체적으로 예준이를 무표정으로 그렸어요. 마침내 용기가 생긴 후에야 미소를 보이도록 했죠. 장미꽃은 예준이의 마음에 빗대어 시들게 표현했다가 엔딩에서 밝은 미소를 보일 때는 원피스 속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 초기 캐릭터 스케치
제목을 정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후보가 있었는지, 그럼에도 지금의 제목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담이) 다른 제목을 따로 고민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의 제목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이’였어요. 하지만 ‘아이’보다는 ‘소년’이라는 표현이 이야기의 상황을 더 분명하게 보여 주고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고를 집필할 때 고민이 됐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담이) 원고를 집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디까지 써야 하는가’였습니다. 저학년 동화라는 점을 고려해서 처음에는 예준이가 좋아하는 인물을 다른 설정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독자들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물을 누나인 시아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년』 속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세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김희주) 아무래도 예준이가 율이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이요.
그렇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김희주) 이것도 역시 마지막 장면이에요. 예준이의 가벼워진 마음을 표현하려면 어떤 시점과 구도가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이 장면에서 원피스를 좋아하는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용기가 예준이에게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부정당해 왔던 나를 되찾은 느낌이랄까.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꽁꽁 묶여 있던 마음이 자유로워진 거죠. 온 세상에 이 마음을 알리고 싶은 것처럼 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도록 표현했어요.

▲ 초기 스케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셨나요?
(김희주) 엄마는 예준이가 학교에 원피스는 못 입고 가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준이가 안쓰럽기도 해요. 그래서 거인처럼 크기도 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고 안아 주는 캐릭터로 표현했어요. 율이도 예준이에게 그만 좀 하라고 짜증 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이들 앞에서 편을 들어 주죠. 그리고 기꺼이 예준이 옆을 지키며 예준이가 미소 지을 때 함께 손잡고 미소 지어 줍니다.

▲ 주변 인물들 스케치
책 속의 소년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김담이) 저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시선, 다양한 삶이 모여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다른 것이 아니라 ‘나는 그냥 원피스를 좋아하는 나’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다운 모습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을 부모님이나 교사 등 성인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화 나누기를 기대하시나요?
(김담이) 이 책을 계기로 아이들과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도 가지고요.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온 성 역할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볼 수 있겠죠. ‘여자답게’, ‘남자답게’라는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나다움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응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 책을 읽고 ‘다름’에 대해 어떤 시각의 변화를 갖게 되기를 꿈꾸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담이) 저는 ‘다름’이 결국 ‘존중’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종종 대다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보며 낯설어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다름을 틀린 것으로 바라보기보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조금씩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이 예준이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김희주) 그냥 ‘이런 아이도 있구나’ 하고 특별하지 않게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책을 작업하시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예상치 못하게 떠올라 그림을 바꾸게 만든 에피소드가 있었다면요?
(김희주) 실제로 딸아이 친구 중에 드레스 입는 걸 좋아했던 남자아이가 있어서 그 친구 생각에 종종 사진을 찾아보기도 하고 미소 지으며 작업했어요.
▲ 초기 스케치
전작 『할머니의 감기약』과 『탱탱볼』은 모두 작가님께서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이었던 반면, 이 책은 김담이 작가님과 협업한 동화책이었는데요, 첫 동화 작업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희주) 글과 그림을 같이할 때는 글을 쓰며 대체로 그림도 같이 떠오르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그림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쓴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이야기를 읽는 내내 글 작가님께서 어떤 장면을 떠올리며 글을 쓰셨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한 장면이 글의 의도와 맞을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며 작업했어요.
다음으로 새롭게 구상 중인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담이) SF 동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사람들과 지구에 남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나에게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년 』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담이) ‘봄 햇살’입니다. 꽃이 햇살을 받아 피어나듯, 아이들이 자기 모습대로 꽃피울 수 있도록 조용히 비춰 주는 빛입니다. 사랑을 듬뿍 담은 따뜻한 빛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를 응원합니다.
(김희주) ‘짧게 오랫동안 만난 친구’입니다.
이번 책을 통해 어린 독자와 어른 독자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를 듣고 싶습니다.
(김담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는 동화,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는 동화, 누군가에게는 미안함을 남기는 동화, 그리고 어떤 아이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처음으로 만나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희주) 누구나 남들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다수의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냥 다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