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안경』 주현조 작가 인터뷰
그림책은 저에게 ‘진짜 나를 살게 해준 계기’입니다.
<표지 이미지>
『요술 안경』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요술 안경』이 드디어 출간되다니…! 정말 설레고 기쁩니다! 약 2년 전에 시작되었던 기획이 드디어 멋진 결실을 맺게 되어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만들어 주신 고래뱃속 출판사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목소리도 작고,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던 주인공 철수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사람들도 있지만, 맞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고민하고 힘들 때가 있지요. 그런데 상대방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곤 합니다. 이런 것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들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 구상>
신비로운 물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세상에 참 많을 텐데요,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요술 안경에는 특별히 ‘주변 인물들이 동물로 보이는’ 능력을 부여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주제가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어떤 것일까?’를 고민했고, 안경 너머 동물이 보이는 설정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철수와 민아, 육중이 등의 캐릭터와 관계성을 잡을 때 어떤 부분들을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제로 잡다 보니, 메인이 되는 주인공들은 다 반전 성격을 가진 인물들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소심하지만 마음은 용감한 철수를 설정하고, 철수를 중심으로 ‘어떤 갈등을 만들까? 어떤 상황에 놓여야 이 주제가 잘 드러날까?’를 고민하면서 민아, 육중이의 성격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캐릭터 구상>
만약 이 이야기 속 ‘요술 안경’을 쓰고 철수 나이 때로 돌아간 작가님을 스스로 보게 된다면, 요술 안경에는 어떤 모습이 비치게 될까요?
저는 육중이처럼 토끼가 보일 거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 반장도 많이 하고 목소리도 크고 늘 앞장서는 학생이었는데, 소외되고 조용한 친구들을 돌아보는 성격은 못 됐던 거 같아요. 작고 여린 토끼가 내 안에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달라서 서로를 오해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마음을 보려는 노력이 있다면 오해는 이해로 바뀔 거예요.” 『요술 안경』에 써 주신 소개글 내용인데요. 오해를 이해로 바꾸고 싶은 독자분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겉보기와 달리 많이 예민한 성격이라 상대방의 말투, 어조, 표정 등등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어릴 땐 상대방의 작은 무엇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서 너무 피곤하고 괴롭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사람에게도 이유가 있겠지, 사정이 있겠지.’ 하고 자동적으로 떠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이걸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가? 내가 계속 신경 쓸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립니다. 알고 보면 나만 심각했지 상대방은 조금도 심각하지 않았던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육중이나 민아처럼,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학창 시절 친구나, 독자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그 시절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보다 학교 성적, 입시 등으로 괴로워했던 기억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친구들을 진짜 친구로 여기지 못하고 나의 경쟁자로 볼 때가 더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슬퍼요. 그래서 지금 자라나는 멋진 친구들은 친구를 진짜 친구로 여기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멋지고 즐거운 추억들을 많이 많이 쌓아 나갔음 좋겠어요.
<스토리보드>
그때의 나 자신, 혹은 친구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창 시절의 현주야, 어린 나이에 정말 고생 많았다! 앞으로는 지난 시간들보다 더 재밌고 즐거울 거야! 기대해!
책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가?’인 거 같습니다. 이 질문 안에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 재미가 있는가? 캐릭터들이 내 맘에 드는가? 채색이 내 맘에 드는가?’ 등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 자신이 내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작업이 괴로워지고 그 괴로움은 고스란히 결과물로 드러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소심한 철수가 거울을 보며 자신이 호랑이임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요. 빵긋 미소 짓는 철수를 그리는 내내 빵긋 미소 짓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철수의 뿌듯함, 자신감을 저도 따라 느꼈나 봅니다.
<초기 채색>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세 인물의 갈등이 고조되는 교실 장면과 사건이 종결되고 갈등이 해소되는 장면, 이렇게 두 장면에서 제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스토리보드>
포실포실하고 정다운 그림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생생한 색깔들도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아이패드와 포토샵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질감은 색연필 또는 크레용으로 채색한 후 스캔해서 합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 과정에 있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꼭 지키는 작업 루틴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술 안경』은 긴 호흡을 가지고 완성한 저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기획부터 채색 완성까지 긴 과정을 완주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꼭 지키는 작업 루틴은 ‘미루지 말고 일단 작게라도 시작하자!’입니다.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책은 저에게 ‘진짜 나를 살게 해준 계기’입니다.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꽤 길었거든요. 앞으로 ‘어떤 주제를 다뤄 봐야겠다’라는 구체적인 계획보단,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유쾌하고 즐겁게 독자 친구들과 오래오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초기 채색>
“나에게 『요술 안경』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에게 요술 안경은, ‘다름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독자들이 『요술 안경』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요술 안경』이 재밌었는데 하하하… 독자 친구들도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봐 줬음 좋겠어요. 물론 저의 욕심일 수 있지만요.
“여러분!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정말 멋지답니다!”
<전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