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

전광섭
그림 양양
발행일 2025-09-08
ISBN 9791193138830 73810
형태 무선 153x210mm 168쪽
정가 ₩16,000

고래뱃속 창작동화 (큰 고래의 바다) 02

 

오랜 마음의 빚을 갚고

어린 마음의 벽을 허무는 달항아리

 

도자기를 빚듯 마음을 빚어내는 지혜,

그 안에서 피어나는 빛나는 우정

 

 

겉모습만 보던 내가

속마음을 알아주는 너를 만났다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며 공부도 잘하고 발표와 글짓기 실력까지 좋은 경준이는, 어느 날 갑작스런 엄마 아빠의 해외 발령으로 인해 수원에 홀로 계신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새 학교생활은 겉으론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경준이의 내면에는 남모를 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기만 남기고 떠나 버린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 속에서 낯선 환경에 정을 붙이고 적응하는 일에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은 것인지, 가족인 할아버지와 가장 가까운 친구인 호석이에게도 경준이는 속마음을 쉬이 내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경준이에게, 마치 눈엣가시처럼 유달리 신경이 쓰이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늘 친절하고 밝게 웃는 김혜인. 경준이는 혜인이의 호의가 어째서인지 밉게만 보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하며 혜인이를 마음속으로 비웃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퉁명스러운 태도로 밀어내고 선을 그어도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미는 혜인이를 보며, 경준이는 그동안 자신이 겉으로만 판단하곤 했던 사람들의 내면과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씩 깊이 들여다봅니다.

 

혜인이에게 앙갚음했지만 웬일인지 나는 오후 내내 우울했다. 아이들의 놀림을 받아서가 아니라 혜인이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려서였다. 나는 그 애가 왜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_본문 14쪽

 

 

마음속에 세운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학교에서 호석이가 제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고 엉뚱한 돌발행동을 할 때나, 혜인이가 손수 만들어 준 작은 도자기 선물을 반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받아야 했을 때도 경준이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모난 감정을 느낍니다. 그때 경준이의 곁에서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은 바로 할아버지입니다. 보통 사람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걸 느끼시는 할아버지는 혜인이가 만든 도자기 소품을 어루만지며 혜인이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마음을 다해 어떤 물건을 만져 보면 그걸 만들거나 갖고 있던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지.”

어떤 물건에는 그걸 만든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경준이에겐 알쏭달쏭하기만 할 뿐, 선뜻 믿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경준이는 몰랐던 혜인이의 마음속 깊이를, 할아버지는 어떻게 도자기를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정성을 다해 도자기를 빚는 혜인이의 진심과 그 안에 깃든 마음을 읽어 내는 할아버지의 손길은 경준이의 가슴 속 벽에 작은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김혜인이가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지도 아시겠네요.”

할아버지는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건 네가 보는 겉모습일 뿐이다. 그 아이는 속이 깊고 재주가 많아. 네가 그걸 모르는 거지.”

“제가 모른다고요?”

“그래. 넌 아직 그 깊이에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허나 머잖아 도달할 수 있을 게다.” _본문 53쪽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진짜 마음이 있기에

혜인이의 도자기가 조금씩 전과 다르게 느껴지던 어느 날, 경준이는 매일 같이 박물관에 가 도자기 작품을 관람하던 할아버지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과거에 아픈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도예가 어르신께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빚을 진 뒤, 이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십수 년간 그의 후손을 찾으려 수소문하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박물관에서 이미 수십 번은 보았을 도예가의 달항아리 작품들을 매번 처음인 듯 대하며,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해 온 할아버지의 모습과 더불어 마침내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할아버지의 소원이 진짜 후손 가족을 만나 운명처럼 이루어지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며 경준이는 진심으로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할아버지의 말처럼 어떤 물건에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 인연이란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 불길 속에 각기 다른 모양에 크기도 제각각인 도자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엄청나게 뜨거운 열로 구워지면서도 자신의 완성을 위해 꿋꿋이 견디고 있었다. _본문 128쪽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와

그를 닮아가는 우리의 마음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는 도자기를 빚듯 섬세한 손길로 마음을 빚어내어 한 땀 한 땀 관계를 맺어 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지지 않는 사람의 인연과 진심을 노래한 동화입니다. 달항아리는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깃든 흙에서부터, 만드는 이의 정성 어린 손길과 노고로 빚어져 강한 불 속에서 다시 새로운 숨을 부여받고 꿋꿋이 오랜 시간을 견디어 세상에 태어나는 고귀한 생명과도 같습니다.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매 순간 빚어내는 자아의 그릇과 깊이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쌓아 가는 관계의 모양도 마치 하나의 달항아리를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아닐까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생각과 말, 행동은 사라지지 않고 어디엔가 남아 이어진다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러한 마음들을 소중히 들여다보고 헤아리는 손길 안에서, 우리는 저마다 하나의 오롯한 달항아리로 성장하며 완성을 향해 오늘도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흙으로 뭔가를 빚는 혜인이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왔다. 정성을 다해 빚은 걸 가마에 넣고 굽는 모습도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엉뚱한 장면이 뒤를 이었다. 마침내 혜인이가 만든 작품이 완성되어 들여다보니 바로 달항아리였던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 달항아리는 서서히 혜인이의 얼굴로 변해 갔다. _본문 164쪽

 

 

한 점의 달항아리와 같이

시간을 건너 영영 이어져 갈 이야기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를 쓴 전광섭 작가는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오며 다양한 동화와 글을 썼습니다. 지금은 수원시에 살면서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수원천의 물고기들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수원의 동네 풍경과 팔달산 기슭, 오래전에 세워진 전통 문화재와 연못, 화홍문과 화성행궁 등 정겹고도 생생한 공간에는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소중함을 오래도록 기억해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처럼 이야기 속에서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된 공간과 인물들은, 그동안 다양한 그림책과 소설 등에서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색채와 풍경들을 선보여 온 양양 작가의 손끝에서 아름답고 여운 깊은 그림으로 거듭났습니다. 시적인 메시지를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간 글이 다시 시처럼 간결한 그림과 만나, 두 작가의 염원이 하나의 달항아리로 완성된 것이지요. 그렇게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는 어린 독자에게는 표면적인 모습 아래 속 깊은 내면으로 다가가는 용기를, 어른 독자에게는 시간을 건너온 세월 속 진심과 인연의 무게를 되새기며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전합니다.

 

“그릇이나 물건도 마찬가지란다. 그것들이 망가지거나 깨져 못 쓰게 되더라도 그들의 넋이랄까, 그건 남아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곳이 어딘가 하면 바로 사람의 마음이지. 정성을 다해 그걸 만들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사람의 마음 말이다.” _본문 125,126쪽

 

 

목차

 

도자기 연필꽂이 10

외로운 하굣길 20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사람 32

도자기 청개구리 46

박물관에서 겪은 일 56

할아버지를 위한 복수 70

꼴 보기 싫은 아이 82

할아버지의 고백 89

도자기 액자 102

엉겁결에 쫓아낸 도둑 113

호석이네 할머니의 죽음 123

할아버지의 춤 130

뜻을 이룬 할아버지 140

달항아리를 닮은 아이 160

 

 

작가 소개

글 전광섭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왔습니다. 지금은 수원시 팔달산과 화성행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재미난 동화를 읽거나 산책을 하곤 합니다. 때로는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들과 대화를 하거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수원천의 물고기들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참, 나무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라미움의 동굴』, 『마법의 파란 모자』, 『혼자 타는 시소』, 『두근두근 내 자전거』, 『티나를 보내는 날』 등이 있습니다.

 

그림 양양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계절의 냄새』, 『너의 숲으로』를 쓰고 그렸으며,

『갈림길』, 『우리 지금, 썸머』, 『우리 집에 놀러 갈래?』, 『상어 인간』, 『쿠키 두 개』, 『오로라의 사냥 비법』, 『시간을 묻는 소년, 모나리자』, 『1995, 무너지다』, 『뒤바뀐 로봇』, 『건조주의보』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인스타그램 @yang_yang_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