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에 나 홀로

글 | 김진원 | |||||
그림 | 조혜원 | |||||
발행일 | 2025-11-03 | |||||
ISBN | 9791193138878 73810 | |||||
형태 | 양장 175x227mm 92쪽 | |||||
정가 | ₩15,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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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뱃속 창작동화 (작은 고래의 바다) 22
캄캄한 밤에 홀로 마주한
마음 깊은 곳의 나
마음속 두려움을 딛고, 품은 상처들을 비집고 나온
새잎들이 전하는 희망 어린 속삭임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기이함으로 가득한
어느 캄캄한 밤의 이야기
번쩍. 무시무시한 번개가 치자 사방이 깜깜해졌다.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촛불은, 홀로 아빠를 기다리는 은재의 곁에서, 작년에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텅 비어버린 은재의 마음을 비추고 있었다.
어느새 깜빡 잠이 든 은재가 다시 깨어났을 때, 무언가 낯선 기운이 감돌았다. 텔레비전에서는 정전으로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마을을 떠돌고 있다는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가 사람이 아닌 호랑이였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집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와 함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기이함으로 가득한 길고 긴 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 그런 엄마가 은재 곁에 없었다. 영원히 비어 있는 상자 하나를 늘 가슴속에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_본문 17쪽
텅 빈 마음을 채워 줄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딩동. 벨을 누른 건 아빠가 아니었다. 집 현관 앞에서 은재를 기다리고 있던 건 커다란 곰이었다. 곰은 두려움을 가득 안고 문 앞에서 홀로 서 있었다. 다친 다리를 이끌고 들어온 곰은 끙끙거렸다. 그리고 은재가 준 생선을 먹다 목에 박힌 가시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지금의 은재 자신과 꼭 닮아 있었다.
아파하는 곰을 그냥 둘 순 없었던 은재는 가시를 빼주려 곰의 캄캄한 배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으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만났다. 그 누군가는 반에 새로 전학 온 지수였다. 지수는 은재가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집으로 이사를 왔다. 비 오는 날이면 데리러 올 엄마도 있었다. 은재가 잃어버린 것들을 지수는 가지고 있었다. 지수는 은재에게 상처받지 않은, 온전했던 자신처럼 보였다.
‘우리 집’이던 집에 사는 지수, 비가 오면 데리러 오는 엄마가 있는 지수. 은재 눈에 지수는 다 가진 아이였다. 은재가 잃어버린 은재였다. 이제는 영영 되찾을 수 없는 은재였다. 창문에 빗물이 고이듯 은재 마음에 슬픔이 고여 들었다. _본문 44쪽
상처 입은 나를 마주하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
지난 기억들을 한 겹 한 겹 들여다보며 은재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에게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 속에서 은재가 비로소 발견한 것은 두려움 때문에 마주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영원히 남을 상흔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아물어 갈 것이고, 그 아픔도 서서히 희미해지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은재는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캄캄한 밤에 나 홀로』는 커다란 아픔으로 잃어가던 ‘나’를 되찾아가는 아이의 내면을 섬세히 조명하며 펼쳐집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듯한 캄캄한 밤의 어둠 속에서도, 주저앉아 머무르지 않고 제 힘으로 딛고 일어나 용기 내어 나아가는 한 작은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은재는 견딜 수 없었다. 점점 가시처럼 날이 서는 마음 안에 갇혀 스스로를 찌르고 싶지 않았다. 아프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언제까지나 넘어진 채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_본문 71쪽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아낸
희망의 새잎
자연과 인간, 생물과 비생물의 경계를 허물며 자신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여정을 그린 동화 『로봇 물고기 하늘이』를 지은 김진원 작가가 『캄캄한 밤에 나 홀로』로 돌아왔습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촘촘한 감정선으로 한 아이의 내면을 그려 내며 독자를 깊은 몰입으로 이끕니다. 그리고 뭉근하고 정성 어린 연필 선으로 한 땀 한 땀 채워 간 조혜원 작가의 손길이 더해져 무척 따뜻하고 섬세한 책 한 권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외롭고 두려운 감정 속에서 자신을 잃고 헤맸던 적이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어느 캄캄한 밤 은재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답해 주는 것만 같습니다. 깜깜한 밤이 지나면 햇살 반짝이는 아침이 오듯, 우리의 삶은 언제나 어둠을 딛고 눈부신 새 계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그래, 헤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몰라. 나무가 새잎을 돋우려면 스스로 잎을 떨구어야 하는 것처럼. 햇살 반짝이는 아침이 오려면 번개 치는 밤이 물러가야 하는 것처럼.’
새잎들 사이로 노란 아침 햇살이 별처럼 빛났다. _본문 85쪽
작가 소개
글 김진원
책은 참 신기해요. 마음이 외로울 때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길을 잃었다 싶을 때는 나침반이 되어 주기도 하니까요. 심심할 때는 심심풀이 땅콩 노릇도 해 주고요. 그래서 늘 책을 펴나 봐요. 그런 책을 쓰고 싶어요. 어린이책 『호모 플라스티쿠스』와 『로봇 물고기 하늘이』를 썼어요.
옮긴 책으로는 『해방』, 『보노보 핸드셰이크』, 『경제학자의 시대』, 『아이엠 C-3PO』,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등이 있어요.
그림 조혜원
그림과 이야기, 그리고 책을 좋아합니다. 종이라는 그릇 안에 아름다운 언어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린 책으로 『감정 학교』가 있고, 포스터와 앨범 커버 등 다양한 작업을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hyewon.let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