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책

보물찾기

슬로우어스
그림 슬로우어스
발행일 2024-02-19
ISBN 9791193138342 77810
형태 양장 220x220mm 40쪽
정가 ₩16,000

눈에 보이지 않는 보물을 찾아 헤매던 우리를

가장 빛나는 지금으로 초대하는 이야기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내 앞엔 라는 보물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물찾기 날입니다. 나의 마음은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 멋진 선물을 품에 안을 요량으로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그 기대로 나는 키가 큰 나무도 거뜬하게 오르고, 봄꽃과 클로버가 흐드러진 풀밭 사이사이도 꼼꼼하게 살핍니다. 망울망울 피어올라 봄의 노래를 흩트릴 준비 중인 민들레 꽃잎도 야무지게 들추어 봅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꼭 찾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보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봄의 산뜻한 물기를 머금어 축축한 풀밭 위에 엎어진 채, 나는 그만 서러워 엉엉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때입니다. 어른거리는 향기에 고개를 드니 어디선가 보랏빛 나비가 날아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보물찾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내 곁을 스쳐 지나갔던 바로 그 나비입니다. 부드럽게 팔랑이는 그 날갯짓이 왠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아, 나는 그 나비를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나비는 봄 내음 아롱지는 풀숲 위에도 사뿐히 앉았다가, 녹음으로 우거진 초원을 가로질러, 나무가 손짓하는 곳을 따라 시간을 잊은 듯 날아갑니다. 나도 그만 시간을 잊었습니다. 봄의 축제가 소리 없이 찬란한 이곳에서, 부드러운 풀밭 위에 몸을 뉘이니 절로 눈이 감깁니다. 그러자 하나둘 깨어나던 감각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바람의 손길이 내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간지럽히도록 온전히 나를 내려놓으니, 보랏빛 향기가 다시 나를 부릅니다.

 

찾았다, 내 보물!

찬란한 풍경 속에 안긴 보랏빛의 너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어? 나비인가··· 아! 친구입니다. 속상한 마음에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안경을 두 손에 들고 친구는 나를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자리에 누워 봄바람에 마음을 내맡깁니다. 보물찾기는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는데 모든 것을 찾은 듯 마음이 꽉 차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텅 비어 있어 가벼운 것 같기도요. 이처럼 비어 있으면서 충만한 감각은, 내게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생소하고 눈이 부십니다. 우리가 함께 기대어 누운 이 부드러운 땅이, 머리 위로 펼쳐진 저 높푸른 하늘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때, 친구가 물어봅니다.

“보물은 찾았어?”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알게 됩니다. 보물은 바로 지금 이 순간, 곁에 누운 친구와 나 사이를 부드럽게 훑고 지나가는 바람 안에, 그 바람에 실려오는 보랏빛 향기 안에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요. 소박하게 찬란한 제 모습으로.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응!”

 

보물 지도는 내 손에 이미 쥐어진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그려 가는 것

이 이야기는 한 아이의 어느 하루 동안의 보물찾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생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이 세상이 어딘가에 몰래 숨겨 놓은 무언가 멋지고 놀라운 것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어린아이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나비의 날갯짓이 우리의 감각을 깨웁니다. 잊었던 계절을 지배했던 향기가 코끝에 닿을 때 우리는 다시 기억하게 됩니다. 생이 나에게 준 가장 커다란 선물은, 그저 어느 아름다운 봄날 나란히 누워 봄바람에 함께 마음을 내맡길 수 있었던 당신과의 순간 같은 것들이라는 것을요. 그와 같은 순간은, 정말이지 무한한 시간의 수레바퀴 속 진주와도 같은 보물이어서 드물게 찾아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든 우리가 스스로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주변을 둘러싼 풍경 속에는 우리가 찾아 주기를 기다리는 반짝이는 얼굴들이 고유한 제 모습으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눈앞의 하루하루를, 발 닿는 걸음걸음 한 편의 아름다운 ‘보물지도’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날아든 보랏빛 나비를 따라갈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고, 그 나비를 따라 움직이는 나의 감각에 귀 기울이는 일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지금,

오롯이 살아 있는 시간

살아 있는 시간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주변을 둘러싼 풍경 한가운데 나의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워, 꿈결 속 먼지 한 점처럼 가벼운 ‘찰나의 몸’이 될 수 있다면 말이지요. 슬로우어스 작가의 그림과 이야기는 바로 그런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1분 1초 성실하게 흘러가는 저 초침처럼 우리를 재촉하지도, 때때로 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서둘러 나무라거나 가르침을 주려 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길 잃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가만히 그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바로 그 어느 반짝이는 찰나의 풍경을 작가는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내고 계절의 향을 품은 손끝으로 그려냅니다. 그 손끝에서 피어난 시간의 몸 안에는 우리가 인생의 시간표를 따라가느라 잊고 지낸 무수한 눈부심이 깃들어 있어, 우리는 그 안에 마음 놓고 폭 잠겨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 문득 이야기라는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우리는 왜인지 시간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 머무르며 오롯한 들숨 날숨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그와 같은 용기, 그리고 아이와 같은 시선이라면, 우리가 함께 나아갈 앞으로의 하루하루는 점점이 눈부신 보물 지도가 될 수 있겠지요.

 

“이 땅에 출현해 지고한 사랑의 햇빛에 잠겨 있다는 기적으로 족하다.”

-Bobin, C. (2023). 지극히 낮으신 (이창실, 역). 1984Books. (원서출판 1992).

 

 

작가 소개

·그림 슬로우어스

꾸준하고 변함없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다름’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작은 다름’에 설레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해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오늘도 만나게 될 설렘을 기대하며,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