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책

인삼 오 형제

걍귤
그림 걍귤
발행일 2023-11-27
ISBN 9791193138113 77810
형태 양장 200x220mm 36쪽
정가 ₩17,000

2024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꼭꼭 숨어라, 심 뿌리 보일라!

인삼 오 형제가 들려주는 인삼 탄생의 비밀

 

옛이야기의 재치와 서정성을

독특한 색채로 되살리다

 

 

금산 살던 인삼 오 형제,

사람 사는 곳으로 가다

아주 먼 옛날, 금산 깊은 곳에 정 많고 마음씨 좋은 인삼 오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꼭두새벽이면, 인삼 오 형제가 향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산속의 뜨끈한 온천탕! 오 형제는 온천에서 목욕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오 형제는 그만 새벽잠이 없는 꼬부랑 할머니에게 목욕하는 모습을 들키고 말았습니다. 그러곤 꼼짝없이 할머니의 바구니에 담긴 채 할머니의 집까지 끌려가게 되었지요. 할머니는 인삼들로 대체 무얼 하려는 걸까요? 금산을 떠나 낯선 곳에 오게 된 인삼 오 형제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삼 오 형제의 비밀스러운 온천 생활

인삼 오 형제가 도착한 할머니의 집 마당에는 대추나 생강 같은 약초들이 영문 모르게 햇볕에 말라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옆에 나란히 눕게 된 인삼 오 형제도 날이 갈수록 쪼글쪼글하게 야위어 갔지요. 그러던 어느 새벽, 정체 모를 향긋한 냄새에 잠에서 깬 오 형제는 부엌에서 물안개가 모락모락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홀린 듯 따라가 보니 웬걸, 가마솥 안에서 약초탕이 펄펄 끓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마치 금산 온천에 다시 온 것만 같았지요. 오 형제는 다 같이 신나게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즐긴 목욕이 어찌나 좋았던지, 인삼 오 형제의 온몸이 다시 통통해지고 윤기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인삼 오 형제의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옛이야기가 가진 힘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 옛이야기는, 인간이 인삼을 처음 발견하고 그 효능을 알아가는 과정을 작가적 상상을 마음껏 발휘해 설화의 화법으로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인삼이 몸에 좋고 귀하다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인삼의 효능을 처음 알게 된 이는 누구인지, 그리고 인삼을 처음 발견한 계기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 빈틈 사이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새롭게 상상하고 그려 봅니다. 긴 세월 우리 조상들의 경험과 기억, 생각과 상상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고전 설화의 형식을 빌려 풀어낸 이 현대적인 ‘옛이야기’는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오늘의 톡톡한 상상 위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구수한 옛이야기의 냄새가, 현대인들의 가슴속 왠지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만 같거든요. 마치 그 옛날, 어머니의 바스락한 무릎께에 누워 듣다 꾸벅꾸벅 잠들곤 했던 옛이야기에서 풍기는 온기가 되살아난 듯합니다.

 

우리를 지켜 주는 자연의 생명력

이 책에서 작가는 인삼 오 형제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했습니다. 햇볕에 메말라 온몸이 주름지거나 목욕 뒤에 살이 올라 통통해지는 모습, 기쁘면 웃음 짓고 힘들 땐 눈물을 보이는 인삼들의 모습을 우리와 다름없이 그려냈지요. 아픈 사람들을 위해 매일 인삼탕을 끓이느라 땀 흘리는 인삼 오 형제의 마음을 알아본 순간, 우리에게 작은 목소리 하나가 닿아 옵니다. 평소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 자연물들이 살아 숨 쉬는 소리입니다. 『인삼 오 형제』를 덮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날마다 당연하게 사용해오던 자연물 속에도 우리와 다름없는 마음과 이야기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정 많고 마음씨 좋은 인삼 오 형제가 나눠 주는 힘으로 점점 건강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의 삶과 의식주가 자연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일구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고 평범해 보였던 자연물들 하나하나에서 우리가 얼마나 커다란 기운을 받아왔는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 보탬이 되어주고 있는지 인삼 오 형제는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우리 민화의 색채, 작가의 손끝에서 재탄생하다

『인삼 오 형제』는 전통적인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천의 질감을 입힌 표지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작가는 영험하고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몽환적이면서도 밝은 채도의 색감으로 세밀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작가는 다양한 영상 매체와 디지털 아트에 익숙한 오늘날의 독자들이 고전 이야기를 그저 낡은 옛이야기로 여기기보다, 새롭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해 왔습니다. 그런 작가의 깊은 고민과 대담하고 다양한 시도 속에서, 전통 민화 기법에 눈길을 사로잡는 강렬한 별색과 팝아트 형식의 도트 무늬를 입혀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한 『인삼 오 형제』가 만들어졌지요.

그렇게 걍귤 작가는 우리의 마음속에 새로운 틈을 하나 열어둡니다. 강렬한 색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한 폭의 그림처럼, 옛이야기와 민화 위에 오늘의 상상이 포개어질 때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의 가능성이란 틈을 말이지요.

 

 

작가 소개

·그림 걍귤

북한산 자락에 공방을 열고 판화와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목판을 새기고 있노라면 곁을 떠나지 않던 아이에게 해 주던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그림책으로 엮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나누고자 합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눈동자로 탄성을 지르다가도,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던 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그림책을 읽어 주는 세상의 모든 어른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