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

By 2025년 07월 17일작가 인터뷰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 이지수 작가 인터뷰

‘무언가에 아무 생각 없이 매달리는 삶보다,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감각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을 통해 가만히 매달려 있지만 않고 나무를 타며,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표지 이미지>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의 첫 그림책이 나온다니 사실 믿기지가 않아요. 아이디어 구상부터 5년 가까이 해 온 이야기여서 그런지 시원한 기분도 있어요. 이 책을 통해서 단 한 분만의 독자분이라도 즐겁게 읽어 주신다면 감사하고 기쁠 것 같아요!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에 등장하는 원숭이들은 생김새가 다소 독특한데요, 원숭이 캐릭터 설정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성향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길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원숭이의 생김새를 처음 구상할 때는 ‘무조건 실제 원숭이와 다르게 하자!’ 하다 보니까 형태와 색이 꾸꾸처럼 그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초기 스케치>

 

후리는 날개를 펼치며 날아다니는 종달새, 꾸꾸는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꼭 움켜쥐고 있는 원숭이입니다. 두 캐릭터가 상징하는 것이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이 캐릭터들에 어떤 의미를 담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꾸꾸의 경우는 ‘원숭이는 무조건 매달려야 해’라는 사회의 신념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바를 억압한 채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누가 해준 이야기인지도 모르는 ‘멋진 원숭이는 나무에 매달려야 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죠. 예를 들어서 제가 학생 때 ‘학생은 공부해야 해’라는 말을 충실히 이행하는 학생이었던 것처럼요. 또 많은 사람들이 ‘몇 살엔 이걸 해야 해, 저걸 가져야 해’ 등등 ‘많은 사회의 신념에 의심 없이 자신을 맞추며 살고 있진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꾸꾸와 같은 캐릭터를 설정하게 되었어요.

반면에 후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날아다니고, 나무가 멋지다는 것도, 그들이 사는 정글에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는 것도 아는 캐릭터예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캐릭터를 새로 설정했어요.

<초기 스케치>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꾸꾸가 알을 구하고 나서 자신이 매달렸던 나무를 올려다보고, 상처 난 손과 축축한 땅을 밟고 있는 발을 차근차근 바라보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요. 본인이 매달렸던 것들과 떨어지고 나서 드는 생각과 느껴지는 감각들을 천천히 따라가는 모습이에요. 대사는 많이 없는 장면이지만 꾸꾸가 어떤 생각을 할지 독자분들이 상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꾸꾸가 떨어지는 펼침 면을 그릴 때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무게감을 주는 동시에 꾸꾸의 변화하는 표정이 보여야 했어요. 꾸꾸가 손을 놓은 직후 느끼는 두려움에서부터, 점점 나무를 타고 내려가는 재미를 알게 되고 후리의 알을 발견해서 능동적으로 나무를 타는 변화를 담고 싶었어요.

<초기 채색>

 

꾸꾸는 본능처럼 나무에 매달리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은 그 모습에서 자신이 매달려 있는 무언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작가님은 이 이야기에서 매달림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한 가지에 몰두해서 매달리는 모습은 꾸꾸의 모습은 아니에요. 저 역시 이 책 작업을 하며 오랜 시간 매달렸거든요. 꾸꾸의 매달림은 그것과는 다르게 목적 없이 남들이 시키는 대로 기쁨 없이 고집하는 모습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위에서 얘기한 ‘사회가 설정한 신념들에 매달리는 것’처럼요.

 

꾸꾸는 당연한 듯 이어오던 매달림을 놓음으로써 매달린 삶과 매달리지 않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매달림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꾸꾸의 매달림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겠지만,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경향이 그런 매달림을 촉구한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 등등 ‘그래야 한다’는 욕구와 태도는 너무 ‘나’만을 바라볼 때 생기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매달린다는 건 스스로를 가두는 행위 일지도 몰라요.

그때 후리를 만나 관계가 생기게 되어요. 자기 자신과 매달리는 다른 원숭이들 말고 다른 존재가 꾸꾸를 들여다봐 준 거예요. 그리고 후리가 자신의 알을 구하기 위한 절박함과 사랑의 날갯짓을 했을 때 꾸꾸는 손을 놓는 선택을 하게 되어요. 나무에 매달린 자신의 손만을 바라보던 꾸꾸의 시선이 후리와 그 알에게로 향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후리를 바라봄을 통해서 나무에서 내려온 꾸꾸가 진짜 자기 자신을 마주해요.

<초기 스케치>

 

처음 발을 디딘 의 촉감이 인상 깊습니다. 매달림을 놓고 처음 접한 세계는 어떤 감각이었는지, 그것을 표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비에 젖은 땅을 맨발로 밟는 느낌은 제가 좋아하는 감각이에요. 매달리는 동안 발은 아무 감각을 느낄 수 없지만, 땅을 밟게 되는 순간 낯설지만 재미있는 감각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머릿속에 언어들이 정리되어 생각이 떠오르기 이전 먼저 찾아오는 감각으로 꾸꾸의 깨달음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야기의 시작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매달리는 삶이고, 결말은 인지한 후의 선택입니다. 이 흐름은 한 사람의 내면 성장기를 담고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무언가에 아무 생각 없이 매달리는 삶보다,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감각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을 통해 가만히 매달려 있지만 않고 나무를 타며, 자유와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매달리는 것보다는 후리와 후리의 아기들 같은 다른 관계들과 함께 이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또 ‘그런 전환을 통해 진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놓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붙잡고 있는 이유를 자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합니다. 작가님이 경험한 놓음의 순간, 혹은 그 후 변화된 시선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일을 해가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남들은 다 자리 잡는 시기에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불안해하던 때였어요. 그때 초등학교 때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병에 걸리면서 하루 종일 집에서 강아지를 봐야 하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가족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어서 제가 강아지를 돌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했어요. 하지만 강아지를 돌보는 시간을 1년 정도 갖게 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볼 수 있었어요. 남들처럼 자리 잡기 위해 갖는 직업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거예요. 덕분에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강아지를 위해 모든 일과 공부를 멈추고 손을 놓음으로써 내 안의 불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강아지를 돌보는 시간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초기 채색>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여우가 주인공인데 구덩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살면서 누구나 구덩이에 빠져 버리는 순간이 있는데, 그 속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구상해 보고 있는 중이에요.

 

나에게 나는 오늘도 매달려요(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매달리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이 어떤 감정, 어떤 질문을 품고 책을 덮기를 바라시나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스스로 ‘나는 어디에 매달려 있지’, ‘무엇을 위해 매달려 있지’ 질문하게 되면 좋겠고, 멋진 나무와 날 늘 들여다봐 주는 후리, 귀여운 후리의 아기들과 함께 정글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삶을 살게 되면 좋겠어요. 저도 마찬가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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