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
집, 다음 집

By 2025년 09월 15일작가 인터뷰

『집, 다음 집』 상현 작가 인터뷰

제가 집과 대화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어요.

<표지 이미지>

 

『집, 다음 집』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언제나 새로운 책이 나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에요. 특히 이번 책은 작업 과정에서 많이 고민했고, 또 새로운 시도를 해 보려고 노력했던 작품이라 더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어떤 계기로 집을 소재로 이야기를 엮게 되셨나요?

삶에서 제가 이사를 많이 다닌 편에 속하는데, 스무 개 이상의 집에 거주하면서 쌓아 온 집에 대한 감각, 또 건축을 전공하고 공간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생긴 집에 대한 감각을 통해서 제가 가진 저만의 집에 대한 의미를 정의해 보고 싶었어요.

 

<초기 스케치>

 

<집, 다음 집>, <고요한 집>, <솔직한 집>, <오롯한 집>… 이 책을 이루는 각 장의 이름들입니다. 책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 주는 제목인 것 같아요. 각각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어요?

첫 번째 장인 <집, 다음 집>은 말 그대로 제 삶 속에서 집, 그리고 다음 집으로 이어지는 짧은 단편들을 모은 것들이에요. 처음의 집부터 현재의 집까지 이어지는 어떤 과정을 보여 주는 장이에요. 이어서 2장부터 4장까지는 현재의 집 속에 담긴 저의 일상과 생각을 토대로 저와 집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보려 했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좋아 보인다거나 멋져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내 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사적인 영역을 드러내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자칫 좋아 보이는 것으로 포장하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제가 집과 대화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었어요.

 

‘해방집’. 물론 단순히 동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또 다른 뜻이 생겼다. 각자의 일상이 팍팍하고 힘들 때면 찾아와, 비밀 이야기건 실없는 소리건 하소연이건 다 풀어놓고, 반짝이는 야경을 끼고 남산 중턱을 한 바퀴 돌며 마음속 응어리를 하나둘 내려놓고 ‘해방’하는 곳. 언제든 떠올리기에 아주 쉽고 적당히 의미 있다. 좋은 집의 이름이다.

_본문 47쪽

 

<작가의 ‘해방집’>

 

1부 <집, 다음 집>에서는 그동안 지내 온 여러 집에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공간에서 살아 본 경험으로, ‘좋은 집’에 대한 어떤 기준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이제 막 새로운 집을 알아보려는 독자분들께, ‘좋은 집을 알아보는 안목’에 대해 간단한 팁 부탁드려도 될까요?

늘 현실적으로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뭐가 나에게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스스로 잘 아는 게 중요한데, 그것들은 다양한 집의 경험이 쌓이면서 생기기도 하고 다양한 다른 경험 속에서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채광과 단열은 필수.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건축 스튜디오 ‘푸하하하 프렌즈’의 사훈에 대해 소개해 주셨는데요. 작가님과 지금 ‘집’과의 관계는 어떤 과정 속에 있나요?

여전히 저만의 집의 징검다리들을 놓아 가며 건너가는 중이에요. 아직은 정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세상에 수많은 집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집들을 더 많이 만나 보고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2부 <고요한 집>에는 1인 가구 독자분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작가님만의 시선도 인상적이고요. 일상에서 의식처럼 행하는 루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꽤 오랫동안 해 온 것 중의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차 한 잔 두고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거예요. 사실 어떤 큰 목적이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몽롱한 상태로 이런저런 생각도 끄집어내고, 해야 할 일도 되새겨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본문 중에서>

 

함께 사는 사회이지만, 때로는 오롯이 ‘홀로’의 시간 속에서 회복과 성찰의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필수 홀로 조건’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혼자 있을 때에도 나와의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 독자분들께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혼자의 시간도 그때그때 참 다른 것 같아요. 바지런하게 보내고 싶은 날도 있고, 때로는 완전히 무언가에 빠져든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도 있고, 어떨 때는 하염없이 나태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그때그때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잘 귀 기울여서 잘 보내면 되는 것 같아요. 대신 후회하지 않기.

 

3부 <솔직한 집>에서는 셀프인테리어로 나만의 집을 꾸미고자 하는 분들께 유용하게 쓰일 만한 소소한 아이디어들이 반짝입니다. ‘여백의 미’와 ‘미니멀리즘’, ‘와비사비’… 이런 단어들로 작가님이 추구하는 공간의 성격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외에도, 집을 가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집은 그림이나 액자가 아니고 분명한 3차원의 공간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요. 어떤 한 모습을 위해 가꾼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 예를 들면 나의 행동, 나의 동선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려 해요. 그 일상 자체를 단정하게 가꾸려 노력하면 집도 자연스럽게 단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초기 스케치>

 

“작은 고측창의 하늘을 바라보다, 슬그머니 눈을 감고 온몸으로 감각해 본다. 시간이 정연하게 놓여있는 오래된, 그리고 영원한 집을.”
3부의 마지막 에피소드, <꿈의 집>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작가님 마음속의 ‘영원한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기억 속에서 오래오래 남아 있는 집. 그 속에 담긴 내가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집.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집. 그런 집이 아닐지 생각해요.

 

<작가의 ‘해방집’>

 

4부 <오롯한 집>에서는 단순히 공간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집과 생활을 이루는 다양한 차원에서의 요소들이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작가님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집을 완성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꼭 완벽한 집이 아니더라도, 문득문득 집에 머무는 순간이 더할 나위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어쩌면 집에 마음을 쏟고, 집에서 마음을 받는, 그런 여유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초기 스케치>

 

『집, 다음 집』은 『작은 스케치북』에 이어 고래인과 함께하는 작가님의 두 번째 책입니다. 다음 책의 주제는 무엇이 될지 궁금해 할 독자분들을 위해, 구상하고 계신 내용이 있다면 살짝 귀띔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큰 변화라면, 지금은 한국을 떠나 덴마크에 머물며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을 또 저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에게 『집, 다음 집』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현재 진행형’, 여전히 과정 속에 있으니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책 속에 담긴, 제가 산 집들 중 특별한 집들은 하나도 없어요. 모두 한 번쯤 살아 봤을 법한 그런 집들이라 독자분들도 삶 속에서 살아온 집들을 하나하나 비춰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따라가 보아도 참 재밌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집’이라는 틀 안에서 마치 선물 상자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꼭꼭 눌러 담은 책이에요. 부디 집에서 아주 편한 자세로 즐겁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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