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 조혜원
캄캄한 밤에 나 홀로

By 2025년 10월 29일작가 인터뷰

『캄캄한 밤에 나 홀로』 김진원, 조혜원 작가 인터뷰

어둠을 찢고 빛으로 나오게 할 ‘가시’를 쥐는 힘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표지 이미지>

 

캄캄한 밤에 나 홀로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진원) 기쁘고 설렙니다. 질문 하나로 시작된 작은 생각이 멋진 그림을 곁들여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지다니 참 신기합니다.

(조혜원)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그림 그리는 과정이 조금 고되고 오래 걸렸는데, 책이 잘 출간돼서 정말 감사해요.

<김진원 작가의 구상 노트>

 

캄캄한 밤에 나 홀로는 커다란 아픔으로 잃어가던 를 되찾아가는 주인공 아이 은재의 내면을 섬세히 조명하며 펼쳐지는 동화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진원) 이 글을 쓰던 당시 엄마가 무척 아팠습니다. 엄마를 잘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우리 엄마에게 이 책과 함께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진원)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떠나보내는 일을 겪습니다. 헤어짐 때문에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헤어짐에 꺾이지 않고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다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초기 스케치>

 

캄캄한 밤에 나 홀로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혜원) 처음에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주인공 은재의 마음에 공감이 갔어요. 은재와 똑같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은재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었어요. 어떤 상실감 같은 것을 저도 느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가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은재의 쓰린 마음을 색연필로 부드럽게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작품의 주인공인 은재와 지수의 캐릭터와 관계를 구상하시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실까요?

(김진원) 지수는 은재가 떼어 내야 할 과거이기도 하고 이어 가야 할 미래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화해를 잘 이루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은재도 지수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의도한 대로 둘의 관계에서 그런 의미가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초기 스케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더불어,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섬세한 장면들을 구상하시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으실까요?

(조혜원) 이야기가 사건의 빠른 전개보다는 캐릭터들의 마음과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 같아서 저도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림을 구상했어요. 이 장면에서 이 캐릭터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것을 이미지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이 이야기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촘촘한 감정선으로 한 아이의 내면을 그려 내며 독자를 깊은 몰입으로 이끌어 주지요. 이처럼 이야기의 배경으로 몽환적인 시공간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진원)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지만 몸이나 마음이 몹시 아플 때면, 그래서 어떤 경계에 선 존재가 되면 현실이 아닌 다른 특별한 시공간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이사를 하고 지수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그 아픔을 온몸으로 겪는 은재 역시 경계에 선 존재가 되어 특별한 시공간에 자신을 가두고 사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시공간은 갇힌 채 아픔으로 무너지는 시공간이 아니라 그 아픔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그러모으는 시공간이기도 합니다.

 

<초기 스케치>

 

이야기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시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하시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조혜원) 은재와 곰의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곰이 은재를 대변하는 캐릭터 같았거든요. 곰의 모습을 통해 은재의 마음과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이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을 왔다 갔다 하며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다 보니 그림 또한 너무 구체적이기보다는 몽환적이고 조금 추상적인 느낌으로 그리게 됐어요. 예를 들어, 곰은 아주 중요한 캐릭터지만 실제로 곰의 전체 모습이나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섬세한 털 표현을 통해 곰의 존재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채색 샘플>

 

특히 공감하며 상상하고 그린 캐릭터나 장면이 있으세요?

(조혜원) 은재와 곰이 눈을 마주쳤을 때, 은재가 곰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곰 안에서, 그리고 곰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것 같아요.

또, 은재의 곰 인형이 찢어진 채로 진흙탕에 떨어진 장면도 공감이 가요. 은재가 엄마를 잃고 난 후의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뭉근하고 정성 어린 연필 선으로 한 땀 한 땀 채워진 그림들이 아름답습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조혜원) 일반 켄트지에 색연필을 사용했어요. 색연필을 계속해서 쌓는 기법으로 그렸습니다.

 

<채색 샘플>

 

어느 캄캄한 밤에 나 홀로 남은 순간, 텔레비전 속 호랑이 아나운서와 은재의 집으로 찾아오는 곰 등 놀랍고도 기이한 설정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가요?

(김진원) 호랑이는 은재 내면에 자리한 아빠 또는 아빠에 대한 마음을, 곰은 은재가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엄마 또는 엄마를 향한 마음을 가리킵니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도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은재와는 사이가 더 서먹해집니다. 그런 은재 내면에 아빠는 엄마에 비해 어렵고 무서운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호랑이를 등장시켰습니다.

‘곰’ 인형은 엄마가 은재에게 직접 만들어 선물한 인형입니다. 또한 은재가 엄마의 정을 듬뿍 느끼며 끝까지 놓지 못하는 마음인 동시에 언젠가는 놓아야 할 마음입니다. 따라서 곰은 은재가 언젠가 한번은 꼭 마주하여 풀어야 할 마음의 응어리인 셈입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김진원) 은재가 곰 입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재생을 향한 죽음을 치르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조혜원) 은재와 곰의 눈이 마주쳤을 때를 가장 좋아해요 🙂

 

<초기 스케치>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김진원) 지수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은재와 지수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야 할까 가장 고민스러웠습니다.

(조혜원) 지수가 발레리나 오르골을 갖고 싶어 한 장면이 어려웠어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수라는 캐릭터도 은재와 비슷하게 어떤 상처를 갖고 있는 복합적인 인물 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그 아이의 내면을 알 수가 없었어요. 지수가 어떤 마음으로 오르골을 갖고 싶었는지 최대한 상상하면서 그려 봤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김진원) 누군가와 혹은 무언가와 영원히 이별한 아이의 마음에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하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작업 중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김진원) 작업 중에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은재와 지수 사이에 일어난 에피소드들 가운데 한 가지는 우리 딸이 직접 겪은 일입니다.

(조혜원) 어떤 뚜렷한 에피소드는 딱히 없었던 것 같고, 은재와 곰의 눈이 마주치는 장면을 그릴 때 ‘시선’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어요. 곰의 시선이 닫혀 있던 은재의 마음을 열어 버린 것 같아요.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시선이 아닐까요?

 

<채색 작업>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남기는 것만 같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외롭고 두려운 감정 속에서 자신을 잃고 헤맸던 적이 있었는지를요. 작가님께서는 이러한 경험이 있으셨나요? 그러한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고 지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원) 당연히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 아픔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쳐 봅니다. 무엇보다 저를 온통 사로잡는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 스스로를 한 발 물러나서 그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고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조혜원) 은재가 경험한 외롭고 두려운 감정은 항상 마음 한편에 동굴 같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명확한 해결 방법으로 극복했다기보다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작은 빛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은재가 만난 빛 같이 찬란하진 않지만 작은 빛으로 어둠 속을 헤어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를 아프게 했던 일들이 아주 작은 가시가 된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채색 작업>

 

캄캄한 밤에 나 홀로는 독자분들에게 빛이 사라진 듯한 캄캄한 밤의 어둠 속에서도, 주저앉아 머무르지 않고 제힘으로 딛고 일어나 나아가는 용기와 희망을 전해 주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책을 읽을 세상의 많은 은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김진원) 어둠에 잠겨 아픔과 혼란을 겪는 시간도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어둠에 언제까지나 머물 수는 없습니다. 어둠을 찢고 빛으로 나오게 할 ‘가시’를 쥐는 힘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조혜원) 제가 조언을 할 사람은 아니고, 저도 한 명의 은재일 뿐인 것 같아요. 그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라면 ‘실패가 아니에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동화와 글을 써 오신 작가님들의 글쓰기, 혹은 그림 원동력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김진원) 이야기 속에는 우리를 홀리는 재미와 삶을 가꾸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조혜원) 그림의 기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좋은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말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그려요.

 

다음으로 구상 중이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앞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진원) 변신을 제재로 하는 짤막한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미래의 어떤 ‘닫힌’ 사회를 배경으로 그 닫힌 사회를 깨려는 한 아이의 여정을 그리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조혜원) 요즘은 드로잉북을 열심히 채워 나가고 있어요. 연습장 같기도 하고, 아이의 서툰 그림 같기도 한 그림들을 모아 아트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편안한 그림, ‘이대로 충분해.’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들을 그리고 싶어요.

 

<채색 작업>

 

나에게 캄캄한 밤에 나 홀로(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진원) ‘편지’입니다.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온기를 담아 보내는 위로의 편지.

(조혜원) ‘긴 겨울잠’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저도 은재와 비슷하게 동굴 속에서 긴 여행을 했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저도 저만의 밝고 어두운 시간들을 지나왔어요.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쯤엔 은은한 빛과 새로운 잎이 저를 맞이해 줬어요.

 

독자들이 캄캄한 밤에 나 홀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진원) 『캄캄한 밤에 나 홀로』는 이미 제 손을 떠나 여러분 손에 있습니다. 어떻게 읽든 상관없습니다. 책을 읽으며 조그마한 위안과 즐거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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