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게 한 일』 이영아, 정유진 작가 인터뷰
우리는 동물들에게 너무 무지막지하게 대합니다.
그럴 권리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지요.
<표지 이미지>
『내가 네게 한 일』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영아)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고래뱃속 출판사가 응답을 해 줘서 기쁘고, 감격스럽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의미 있게 확대, 지원해 주신 정유진 그림 작가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유진) 항상 설렘과 아쉬움이 우위를 다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래 기다려 주신 이영아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가 네게 한 일』의 이야기를 처음 구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영아) 우리는 동물들에게 너무 무지막지하게 대합니다. 그럴 권리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지요. 그런 생각이 점점 커져서 쓰게 되었습니다.
<초기 채색>
지만이와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영아) 어떤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만이를 불렀더니, 무수히 많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진성이들 중 가장 어울리는 인물들이 스스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네게 한 일』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유진) 처음 원고를 읽어보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대중 매체에서 가끔 접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거든요. 더불어 주인공 지만이의 백두에 대한 행동을 쉽게 이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동물 학대나 학교 폭력을 넘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또 한 명의 제삼자가 되어 지나가는 사건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들이 모여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만이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백두에게 한 행동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는지 한 번쯤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또 다른 지만이도 백두도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작업하였습니다.
<초기 채색>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나요?
(정유진) 대부분 디지털 작업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지만이의 캐릭터와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셨나요?
(정유진) 되도록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상황들보다 지만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장면들을 연출해 보려 노력했습니다.
<초기 스케치>
『내가 네게 한 일』을 쓰시면서 영향을 받은 사건이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영아) 묶어 놓고(특히 짧은 목줄) 키우는 개를 보면 목줄을 잘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좁은 우리에서 키워지는 동물들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안 쓸 수가 있겠어요?
쓰면서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어톤먼트』가 떠올랐습니다. 개와 아무 상관이 없고 때늦은 참회? 정도의 내용인데, 이상하게 생각났습니다.
『내가 네게 한 일』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참고한 사진이나 장소가 있으신가요?
(정유진) 오랜만에 <TV 동물농장>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평소 산책하다가 마냥 귀엽게만 보고 지나치던 강아지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작업 중 있었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정유진) 산책 중 지나가던 아주 작은 강아지에게 살짝 물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주인분께서 미안해하시며 강아지를 혼내셨고, 저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혼나고 있는 강아지가 애처로워, 주인분을 말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때 그 작은 강아지의 표정이 백두나 똘이의 모습에 담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두 캐릭터 연구 과정>
『내가 네게 한 일』 속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세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이영아) 마지막 장면. 지만이가 가을이를 마음속으로 부르는 장면.
(정유진) 책 표지입니다. 지금의 지만이와 과거의 백두가 어떤 마음을 나누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표지 작업>
그렇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영아) 역시 마지막 장면. 똘이를 살리면서 이미 죽은 가을이에게도 반드시 어떤 행위가 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하면 지만이답게 속죄할까….’하고 고민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열심히 쓰게 된 이유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유진) 백두와 똘이에게 지만이의 그림자가 드리운 장면입니다. 앞의 장면에서 지만이는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었다면, 다음 장면에서는 가해자에서 제삼자로서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만이가 다가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같지만, 그 그림자에 담긴 의미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지만이 뒷모습과 똘이를 괴롭히다 도망가는 동네 아이들을 제외하고, 『내가 네게 한 일』의 삽화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출에는 어떤 의도가 담겼을까요?
(정유진) 주인공의 시선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지만이는 현재의 똘이를 쫓으며, 동시에 자신이 과거 큰 상처를 주었던 백두를 만나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을 독자들도 함께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지만이가 집중하고 있는 것들 외에는 생략하거나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지 이미지>
『내가 네게 한 일』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인가요? 결말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이영아) 속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괴롭힘으로 인해 느낀 괴로움이 반영된 어제의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지만이가 새로운 내일을 그려 갈 수 있도록 가장 크게 동력이 되어 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런 지만이에게서, 어떤 점을 함께 기억하고 배울 수 있을까요?
(이영아) 똘이가 가을이처럼 될 뻔한 일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가을이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지만이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질문 모두에 대한 답입니다.
독자들이 지만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이영아) 우리는 날마다 순간순간 많은 선택을 합니다. 현재의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결과고요. 지만이가 선택한 것들과 함께, ‘나라면 그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초기 채색>
백두를 ‘가을’이라 부르던 2학년의 지만이와 그런 가을이를 똑 닮은 똘이에게 자꾸 마음을 쓰는 5학년의 지만이를 직접 만날 수 있다면, 각각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영아) “그 시절을 잘 지나왔구나, 잘했어!”
(정유진)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만이가 마음을 열어 준다면, 먼저 두 아이의 이야기를 모두 귀 기울여 들어 보고 싶습니다.
전작 『편의점』, 『그 형』, 『겨울나기』에 이어 『내가 네게 한 일』까지, 모두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이 가진 저마다의 아픔을 소재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요, 작가님의 작품들이 이러한 공통점을 가진 이유가 있을까요?
(이영아) 제 안에 잠재된 것들이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싹이 트는 거 같아요. 어떤 조건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동안 저를 통해서 세상으로 나온 인물들은 저와 조금씩 닮았더라고요.
전작 『아직 봄이 오지 않았을 거야』와 『달 내리는 밤』은 모두 작가님께서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이었던 반면, 『내가 네게 한 일』은 이영아 작가님과 협업한 동화책이었는데요, 첫 동화 작업을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유진) ‘작가님의 의도를 내가 잘 이해하고 있을까?’, ‘이 삽화들이 글과 잘 어우러질까?’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되뇌며 작업했습니다.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또 다른 성장의 계기가 된 것 같아 이영아 작가님과 고래뱃속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초기 스케치>
사회의, 혹은 우리 내면의 그림자를 동화로 조명하는 일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작가님께 작품 활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이영아)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정유진) ‘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책 『내가 네게 한 일』은 ( )이다 .”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이영아) 속죄.
(정유진) ‘거울’입니다. 지만이가 과거의 백두를 잊지 않기를, 그리고 다음 계절에는 또 다른 백두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네게 한 일』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영아) 저의 글을 읽어 줄 독자들 덕분에 제가 행복한 것처럼, 독자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시고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정유진)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