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정
탕!

By 2025년 11월 28일작가 인터뷰

『탕!』 박수정 작가 인터뷰

소리, 냄새, 촉감, 바람… 이런 감각들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를 ‘진짜로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주니까요.

<표지 이미지>

 

!이 출간되었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출간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랜 시간 붙잡고 고민하던 이야기가 마침내 책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온다니 정말 설레었습니다. 저에게는 기다림의 시간도 작업의 일부였던 것인지, 이제야 비로소 이야기가 조금 완성된 느낌이에요. 그리고 출간 이후에도 『탕!』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부터 특별한 인상을 남깁니다. !의 제목은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탕!’이라는 짧은 총소리는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주인공을 맹목적으로 달리게 하는 어떤 순간을 상징합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진짜 달리기>였지만, 이야기를 그려 가며 ‘탕!’이라는 소리가 작품의 핵심 키워드이자 전체의 리듬을 잡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제목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초고 섬네일>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이 시작된 첫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주인공인 사냥개는 사실 제가 키웠던 비글 ‘구찌’를 모티브로 삼아 빌드업되었습니다. 사냥개였지만 애완견으로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요. 그러다 본래의 숙명을 지녔던 사냥개의 삶에 대해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주하는 개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한 마리 개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경주하며 사냥하는 개의 마음은 어떨까?’, ‘그 개는 정말 사냥을 원해서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이야기가 발전했습니다. (첨부한 사진이 제 초고 섬네일입니다.)

 

!’ 소리가 이 책 속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 속 ‘탕!’은 단순한 총성이 아니라, 멈춰 있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계기, 혹은 내면의 울림을 상징합니다. 어떤 소음보다 더 크게 나를 깨우는 감정의 순간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겉으로는 작은 소리일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크게 번져 오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그런 ‘울림’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그 미세한 흔들림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이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

 

사냥개인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시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사냥개라는 존재가 가진 숙명적인 슬픔과, 그럼에도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온기를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달리는 모습,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 ‘본능과 마음 사이에서 망설이는 순간’을 머금게 하려고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주인공이 멈춰 서서 숲의 바람을 온전히 느끼는 페이지입니다. 그 장면을 그릴 때는 그림보다 제 마음이 먼저 고요해졌고, 그 고요가 종이 위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작업 과정>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탕!’이라는 소리가 세상을 흔들어 놓는 동시에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미묘한 감정의 균형과 마음속에서 울리는 잔향을 담아 보고 싶은 욕심에 여러 번 다시 그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사냥이라는 폭력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길들여짐과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그리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그릴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이번 작업 과정에 있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책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를 재우고 밤에 작업하다 보면 작은 수통의 물소리마저도 이상할 만큼 크게 들리고, 밤에는 요란하게 들리던 냉장고 소리가 낮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소리는 크기보다 ‘닿는 지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이야기 전체를 ‘닿음’의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어요. 독자가 페이지를 넘길 때 새소리, 바람, 흙냄새, 그리고 아주 가끔 들리는 정적까지—그 장면의 일부라도 마음 어딘가에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컬러 스터디 1>

 

<컬러 스터디 2>

 

물방울이 스미듯 번져가다가도 불꽃처럼 강렬히 터지는 붓질과 색채의 그림들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물을 많이 사용해 색이 번지도록 했고, 물감이 번지는 시간을 기다리며 종이의 숨을 읽어내려 했습니다. 특히 15대면은 물방울처럼 부드럽게 스며드는 층과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튀어 오르는 붓질의 대비가 이 이야기가 가진 감정선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였기에 습식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 했습니다. 질감이 살아 있는 종이를 선택해 색이 머물다 흐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고, 한 페이지 안에서 섬세함과 거침이 공존하길 바랐습니다.

 

책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이 느끼는 다양한 감각들소리와 촉감, 냄새와 바람결까지 생생히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렇듯 다채로운 감각들을 섬세히 묘사함으로써 전달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주인공이 바라보는 세계를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보여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리, 냄새, 촉감, 바람… 이런 감각들이야말로 우리가 무언가를 ‘진짜로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주니까요. 살짝 스치는 바람, 축축한 흙냄새, 무게감 있는 정적까지—감각의 층위를 더할수록 마음이 한 겹 더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과 함께 숨 쉬고, 긴장하고, 멈추며, 감정을 따라가 자신만의 ‘탕!’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작업 과정>

 

책의 마지막 장면은 하나의 풍경처럼 내내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셨나요?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더 이상 누군가의 명령이나 소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방향 속에서 신나게 뛰어오르는 순간입니다. 그 장면을 통해 “내 안의 소리를 따라가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독자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용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희망이 오래 머물기를 바랐습니다.

 

작가님의 삶에 있어 !’ 소리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의 나날들에서 만나거나 알아가고 싶은 감각이나 순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저에게 ‘탕!’은 불현듯 찾아오는 작은 결심의 순간,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의 소리입니다. 앞으로 만나고 싶은 ‘탕!’은 저를 잠시 멈춰 세우되, 결국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조용한 울림입니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진짜 나답게 숨 쉬는 시간들과 그 감각들을 더 알아가고 싶습니다.

 

<작업 과정>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그림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책은 제게 작은 인문학이자 마음에 먼저 닿는 언어입니다. 어떤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의 색과 선이 먼저 마음으로 들어오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순간들, 감정의 결 등을 더 많은 이야기 속에서 함께 나누고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준비 중이신 이야기나 작품이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타 출판사와 작업 중인 다음 작품은 내면의 더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또 고래뱃속과 준비 중인 이야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고래뱃속과 진행하는 원고는 아직 스케치 단계이지만, 저에게도 새로운 시도가 많은 작품이라 설렘 속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계절 흐름 작업>

 

나에게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에게 『탕!』은 깨어남이다.” 출산과 육아로 잠시 멈춰 있던 저를 다시 앞으로 움직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독자들이 !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그림책은 빠르게 넘기기보다 천천히, 마치 풍경 속 숲길에서 한 장씩 걸음을 옮기듯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주인공의 숨소리나 바람의 결 같은 작은 감각들을 마음으로 느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삶 어딘가에서 ‘탕!’ 하는 작은 울림이 들린다면, 잠시 멈춰 그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 소리가 여러분을 아주 특별한 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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