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 김주현
연어

By 2016년 11월 07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연어> 김주희·김주현 작가 인터뷰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 어떤 역경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연어의 일생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강을 거슬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머나먼 여행, 값진 희생을 통해 세대를 이어 가는 연어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그림책 『연어』의 김주희․김주현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두 작가님의 첫 번째 책 『연어』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주현, 주희) 출판사로부터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직접 서점에 가서 제 책이 판매대에 놓여있는 보니 하늘에서 출간을 기뻐하실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책이 출간되기까지 애써주신 분들이 모두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책을 보게 될 독자 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많이 설레입니다.

 

『연어』의 더미북을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선이 강렬한 판화와 한 장 한 장 수작업으로 만든 기다란 아코디언북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책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주희) 『연어』 는 2010년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할 때 만든 졸업 작품이었습니다. 언니가 한국 TV에서 연어의 삶에 관한 다큐를 보고 제게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난후 감동적인 연어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어의 삶을 졸업 작품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 『연어』의 시작이었습니다.

 


▴연어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한 것을 기록해 놓은 노트


▴그림책 『연어』의 시작이 된 영국 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 졸업 전시

▴영국 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 졸업 전시를 위해 만든 초기 더미북

연어의 삶을 단 몇 장면으로 압축해서 보여 주는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주희) 졸업 작품으로 연어의 삶을 다룬 책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나서, 열심히 연어에 대한 자료를 찾고 공부했습니다. 책, 인터넷, 다큐멘터리 등 연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고 기록하고 정리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연어의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기 시작했어요. 많은 실험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바다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연어의 움직임을 파노라마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졸업 전시를 무사히 마치고 고래뱃속과 계약을 하고 나서는 졸업 작품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고 좀더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돌아가 연어의 삶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장면을 다시 구성하고 스케치도 수 차례 새로 했습니다. 스케치를 고무판에 옮겨 그리고 나서도 수십 번 고민하며 칼로 파냈고요. 인쇄소에 가기 직전까지도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이 책을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희) 연어의 감동적인 삶과 이를 둘러싼 자연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페이지마다 계절과 장소의 변화를 압축하여 담아야 했기에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흐름이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에 중점을 두어 그리다 보면 내용을 압축해서 담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압축하는 것에 중점을 맞추어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이 어려워 이 둘을 잘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담아내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모든 장면이 그렇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희) 애착이 가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어가 태어났던 곳에 그토록 힘겹게 돌아와 새 생명을 낳고 자신이 삶을 시작한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장면입니다. 연어의 그 험난한 여정이 단순히 자신의 세대를 잇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바다와 숲의 연결고리가 되어 수많은 동식물과 자연을 공존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현) 겨울장면 입니다. 부모 없이 추운 겨울을 버텨내야 하는 알들을 보면 고즈넉한 그림 분위기와 함께 애잔한 마음이 들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김주희 작가가 꼽은 연어가 알을 낳는 장면

▴김주현 작가가 꼽은 겨울 장면

 

그림 매체로 고무판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주희) 고무판화 또는 리놀륨 판화라고도 하는데요. 리놀륨 판화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칼로 쉽게 팔 수 있지만 한번 파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내기 전 밑그림을 수도 없이 그려 보고 고무판에 그린 밑그림의 선 하나도 남길지 말지 곰곰이 생각하며 작업하게 됩니다. 수고스럽고 더디지만 하나하나 지우는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만이 남게 되죠. 군더더기 없이 본질을 꿰뚫는 판화야말로 어쩌면 알을 낳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삶과도 뜻이 닿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놀륨 판화 작업 과정

 

아코디언북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희) 『연어』를 통해 삶의 연속성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쁜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어떤 일이 있어도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다음 세대와 자연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삶의 연속성을 담기에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아코디언북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기다랗게 펼쳐지기 때문에 삶을 하나의 긴 여행으로 표현하기에도 적절하고요.

 

이 책을 작업하는 도중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주현, 주희)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출판 계약을 맺은 기쁨도 잠시, 어머니가 뇌종양으로 시한부 통보를 받게 되었고 결국 암 투병 8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가시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하고 삶과 죽음,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연어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어머니가 많이 떠올라 작업 내내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참 많았습니다. 특히 연어가 고향에 돌아와 알을 낳고 난 후 조용히 숨을 거두는 장면을 완성하고 난 후에는 그림을 보며 함께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주현, 주희) 독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한 생명의 일생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누구인지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주희)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너무나도 많지만, 제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그림책 작가는 존 버닝햄입니다. 버닝햄의 책 중에서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내 친구 커트니』, 『하퀸』, 『대포알 심프』, 『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처럼 동물이 주인공인 책을 특히 좋아합니다. 존 버닝햄만이 갖는 동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특유의 기품 있는 유머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주현) 레오 리오니를 좋아합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할 만한 재미있고 창의적이며 철학적인 주제를 콜라주로 귀엽고 간결하게 표현해 내는 그의 작품들은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다음 번 책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들려주세요.
(주현) 인간은 6000종이나 되는 생물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자연, 동물과 공감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러 동물의 일생을 담은 책을 꾸준히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주희) 평소에 관심이 많은 자연과 동물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지내며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살려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주현, 주희) 오랜 고민과 판화 작업 끝에 나온 저희 책이 여러분들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 그 어떤 역경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연어의 일생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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